IB시대 지고 다시 상업은행 부활?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08.09.16 11:51

투자은행들 유동성 경색에 위기 '도미노'… 상업은행 매각전 다시 열기

신용위기로 투자은행 모델이 지고 전통 상업은행이 세계금융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분석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투자은행 모델을 목표로 하는 국내 금융산업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줄 전망이다.

올 초 베어스턴스가 JP모간에 팔린데 이어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하고 94년된 메릴린치도 뱅크오브아메리카로 팔려 투자은행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다.

미국은 30년대 대공황을 겪은 이후 은행과 증권, 보험 업부를 분리시킨 글라스-스티걸 법을 만들어 상업은행의 리스크 차단에 주력했다. 이 법은 상업은행의 고객 예금을 철저히 보호해 금융시장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유럽의 방카슈랑스나 유니버설뱅크 등 은행의 겸업화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99년 그램-리치-브릴리법으로 대체됐다. 이 때부터 은행과 증권회사의 합병이 가능해져 씨티그룹은 보험·증권 그룹인 트레블러스와 합병해 은행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고 체이스맨해튼과 JP모간도 2000년 합병했다.

하지만 그램-리치-브릴리법 도입으로, 합병이 활발해질 거란 당시 전망과 달리 투자은행들은 독자 생존의 길을 걸었고 신용위기 전까지 이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투자은행들은 은행들에 비해 금융당국의 규제가 덜했고 자본금 의무 기준도 훨씬 약했다. 이들은 주로 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을 활용해 유동성을 조달했고 다양한 채권을 유동화시키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 파생상품 시장 부흥을 이끌었다. 이들이 유동화시킨 다양한 채권 상품은 주로 헤지펀드와 콘듀이트, 투자목적회사(SIV) 등 고위험 투자를 즐기는 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하지만 문제는 돈을 빌리기 위해 단기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 Repo시장의 특성상 유동성이 한번 경색되면 도미노처럼 위기가 번진다는 점이었다.


이들이 담보로 설정한 유동화 증권 가치가 서브프라임 위기로 줄어들자 더 많은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담보를 더 설정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주택시장 조정이 생각보다 더 심화되면서 이들의 증권 가치는 휴지 조각으로 변했고 유동성도 꽉 막혔다. 상업은행과 달리 자본이 충분치 않은 투자은행은 이번 신용위기로 보유 증권의 가치가 줄고 유동성 조달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를 겪으며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씨티그룹이나 UBS 같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겸한 금융기관들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비해 더 큰 시련을 겪은 것 역시 이런 전개 과정과 무관치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미국 상업은행들의 고객 예금은 8월말 현재 6조9000억달러로 일년 전에 비해 7.6% 늘었다. 유럽에서도 상업은행 예금은 6조3000억유로로 12.8% 증가했다. 신용위기의 폭풍우 속에서 돈이 늘어난 건 상업은행 밖에 없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반해 자산담보상업채권(ABCP) 시장 예금 잔액은 9월말 현재 7800억달러로 신용위기 발생 직전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이라면 외면받기 십상이었을 상업은행 매각전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투자은행 모델을 추구했던 도이치뱅크는 독일내 850개 지점을 갖추고 있는 포스트방크를 30억유로에 인수하기로 지난주 계약했고 프랑스의 크레디뮤추얼그룹은 씨티그룹의 독일 소매 금융부문을 49억유로에 사들였다.

은행들이 위기에 약한 투자은행 보다는 충분한 고객 예금을 확보한 상업은행 모델로 회귀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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