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영복 작품 지구대 게시 '돌연' 취소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08.09.16 15:23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작품 게시는 부적절"

경찰이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신영복(67)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예작품을 서각으로 만들어 경찰관서에 내걸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신 교수의 작품인 '처음처럼'을 '서각(書刻·글씨를 써서 나무에 새기는 것)'으로 제작해 관할 지구대 7곳과 파출소 1곳에 내걸 계획이었으나 내부 검토 과정에서 취소됐다.

당초 이 경찰서 이철성 서장은 '초심을 잃지 말고 경찰의 본분을 지키자'는 의미로 신 교수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 서각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영등포서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2일 중앙지구대에서 비공식적으로 1차 현판식을 가졌으며 서각 제작이 마무리되는 2∼3일 내로 관할 지구대와 파출소에 서각을 일괄 게시키로 하고 마무리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가로 100㎝, 세로 40㎝ 크기의 서각에는 '처음처럼'이란 제목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으로 시작되는 신 교수의 시 구절이 새겨졌으며 각종 미술대회 입상 경력을 가진 문래지구대 소속 김상후(55) 경위가 제작을 맡았다.

그러나 경찰은 내부 검토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작품을 경찰관서에 게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중앙지구대에 내걸었던 서각도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서각 게시 방침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해당 경찰서는 관련 내용을 언론사에 알리는 등 홍보에 나섰다가 재차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경찰서 관계자는 "서각을 이번 주 중에 지구대와 파출소에 일괄 게시할 예정이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 조직이 시대적 변화에 너무 경직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처음처럼'은 지난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신 교수가 1995년 개인 서예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며 신 교수는 지난 1988년 특별 가석방된 이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등을 지내다 2006년 말 정년퇴임해 현재는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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