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한은총재에 '비공개 구두경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09.16 10:26
한승수 총리가 최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비공개 구두 경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직접 대응을 삼갔지만 내심 불쾌한 표정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총리는 최근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가 거시경제 및 환율 등 주요 경제이슈에서 정부와 주파수가 다른 '소신발언'을 해 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일 외환시장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급등 문제에 대해 "필요시 외환시장 개입을 확실히 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으나, 다음날 이 총재는 국회 경제정책포럼에서 "외채와 환율 문제는 표리관계에서 환율 상승 압력이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한은의 시각차는 지난 11일에도 나타났다. 당시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한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9월 위기설은 한여름밤의 괴담, 실현되기 어려운 괴담 같은 것"이라며 "그동안 위기설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국고채 만기가 혼란없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몇 달 사이에 크게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며 "(위기가) 이제 다 지나갔다고 하는 것은 조금 섣부르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미국의 주택시장과 연결돼 있어 가까운 장래에 평온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며, 한국도 이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한 총리의 이번 경고에 대해 한은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뿐 아니라 사실 확인도 꺼리고 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자칫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고, 최근 경제상황을 볼 때 결과적으로 옳은 것으로 판명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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