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에 가슴 쓸어내리는 '산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09.15 15:27

(상보)금융위도 '경고' 적중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때 리먼 인수를 타진했던 산업은행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산은 입장에서는 리먼 인수를 포기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산은 관계자는 “리먼이 파산으로까지 몰리게 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며 “리먼 인수에 실패한 것은 아쉽지만 결과적으로는 산은에 불리할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이 앞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가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내외 금융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추가적으로 더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협상에 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산은은 리먼 인수를 추진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인지도를 상당 높일 수 있었다. 뉴욕 증시는 산은과 리먼의 인수협상 결과에 따라 크게 출렁거렸고 월가에 ‘산업은행’이라는 이름을 충분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어도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산은이 잃은 건 없는 것 같다"며 "회계적으로 자산손실이 발생해야 '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는 측면에서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산은은 리먼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인 반면 금융위는 ‘신중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산은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금융의 특성, 지금 국내외 금융시장의 여건을 감안할 때 리먼 인수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사실상 산은의 리먼 인수에 대해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독당국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이 있기 때문에 민간 금융회사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사인을 보낼 때는 좀더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리먼 인수 추진으로 인해 산은은 물론 금융당국 모두 남는 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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