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토피 고치다 새 직업 얻었어요"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09.16 12:31

[2030 일과꿈] 민미정 환경재단 에코숍 매니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8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편안하면서 화사한 연둣빛 조명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환경재단 에코숍(Eco Shop) 1호 매장이다.

17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검은색 바지정장을 세련되게 차려 입은 민미정(35·사진) 에코숍 매니저가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환경재단 에코숍입니다."

세련된 옷차림보다 그의 귀 아래 양 갈래로 앙증맞게 땋은 '꼬랑지 머리'가 눈에 확 띈다.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확실한 인상을 줘 우리 에코숍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려는, 일종의 컨셉트(Concept)죠." 민 매니저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는다. 좋은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그가 자신에게 내린 사명이다.

↑ 민미정 환경재단 에코숍 매니저


올해로 결혼 11년차,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아줌마'인 민 매니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주방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단다.

탤런트 김원희 씨네 주방 인테리어를 직접 담당하기도 했다는 그가 당시 벌어들였던 월급은 월 350만~400만 원, 연봉으로 따지면 거의 5000만 원이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돌연 회사에 사표를 내던지고 환경재단으로 향했다. 지난해 4월 처음 문을 연 '에코숍' 창립 멤버이자 매니저로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큰 애가 세 살 때부터 아토피를 앓았어요. 그 전엔 (아토피가) 없었는데 새 집으로 가니까 '새집증후군' 때문인지 바로 생기더라고요. 먹는 것부터 입히는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면서, 친환경 제품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됐죠. 그러다 에코숍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들어서 원서를 넣었던 거고요."


얼마인지 자세히 밝히진 않지만 월급은 거의 반토막 났다. 대신 웃음은 두 배로 늘었단다. 민 매니저는 사람들에게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보람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제품이 예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어서 또 왔다'는 손님을 볼 때면 제 입이 찢어질 정도예요. 제 말에서 믿음을 얻고 좋은 제품을 사가셨다는 거잖아요. 이 일은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많이 얘기하고 웃을 수 있어서 좋아요. 좋은 제품 알린다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이곳의 상품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면화를 재료로 한 여성 의류제품에서부터 흙 성분이 포함돼 집진드기를 쫓는 아기용 의류, 원목을 삶아 아기들이 입에 물고 빨아도 아무런 해가 없다는 나무장난감 등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폐타이어와 재생종이를 가공해 만든 수첩에서 폐자동차에서 플라스틱·금속재질 부품을 재활용해 만든 볼펜 등 사무용품은 폐기물 감소를 통해 환경에 부담을 줄이면서 실용성까지 고려한 제품들도 많다.

이 모든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매장에서 풀어내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매장운영시간이 지나면 하루 결산, 정리 등 일이 끊이지 않는다.

민 매니저는 일을 하다보면 집에 늦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되레 자신을 격려해주곤 할 때 힘이 난단다.

"큰 아이 아토피 때 제가 얼마나 뛰어다녔는지를 애들이 알아줘요. '엄마, 밥이나 챙겨먹고 다녀' '건강부터 챙겨야 해'라고 말할 정도라니까요. 이 일을 하면서 '나'를 찾은 거 같아요. '힘들게 일한 당신, 웃어라'인 셈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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