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리먼의 운명.."과거를 사자"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9.12 16:07

한가위 연휴중 리먼 처방 나올 듯

한가위 명절입니다.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우리가 쉬는 동안 리먼 브러더스의 운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리먼의 미래에 따라 연휴 이후 한국 증시의 단기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을 보면 리먼이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인수 의사를 표시한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가 베어스턴스때와 마찬가지 인수 이후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말을 지나면서 미재무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대형 금융기관이 리먼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월가에 대한 소식을 놀라울 정도로 밀착취재해 보도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베어스턴스를 사실상 구제금융을 통해 JP모간에 매각했고 얼마전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2000억달러의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재무부와 연준(FRB)은 리먼에 대한 지원을 매우 꺼리는 상황입니다.

위기 때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현금이 소요되고 자칫 '구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적 자금이 공허한 자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150여년 역사의 리먼은 월가에서도 손꼽히는 터줏대감입니다. 리처드 펄드 사장은 이같은 역사를 바탕으로 주가가 올들어 90% 넘게 폭락한 지금도 자존심을 잃지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15년간 리먼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 그마저 전에 없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위기설에 놀라 고객들이 거래를 끊고 있으며 은행들은 선뜻 대출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의식해 무디스와 S&P 등 신용평가사들은 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조정이 단행되면 리먼은 사실상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메릴린치의 가이 모즈코스키 애널리스트는 리먼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고 흉흉하게 예상했습니다. 리먼은 11일(현지시간) 한때 48%나 폭락했습니다. 종가 하락률은 42%. 9.11 폭격을 맞은 듯 합니다. 현재가는 4.2달러(시간외 가격 3.8달러) 커피 한잔 값 밖에 되지 않습니다.

위기설, 매각설, 구제설이 쇄도했습니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인 BOA는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인수를 포기하며 '우리가 손을 떼니 주가가 폭락하지 않느냐'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고 일본 노무라는 자국의 규제와 허가 문제로 단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백기사'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 영국의 HSBC, 독일의 도이치방크, 스페인의 방코 산탄더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은행들도 인수 후보자로 거명되고 있지만 손을 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해외 확장을 원하는 영국 바클레이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러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다음주 월요일 아시아증시가 개장하기 이전에 리먼에 대한 처방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리먼 직원들은 착잡합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전문가 집단으로 자부했지만 운명의 그날이 다가오면서 매우 불안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맨해튼 중심에 있는 본사 밖에 있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24시간 안에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끝장이다." 본사 길건너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본사에 들어가는 한 직원은 리먼 주가 폭락에 대해 "언제 하락이 그칠까요"라고 한마디 합니다.

리먼을 결국 구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아시아증시는 12일 대체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리먼의 미래가 모든 걸 좌우할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 얼마나 불안하고 불확실한가요.

미래를 얘기하고 나니 중국의 미래를 보고 고객이 맡긴 돈을 중국 관련 자산에 '올인'한 미래에셋과 중국의 화려한 미래를 역설한 박현주 회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아쉽게도 상하이종합지수는 6000에서 지금 고작 2100입니다.

미래에셋은 자원강국인 러시아의 미래를 보고 가즈프롬도 많이 샀다고 하지요. 지금 러시아 증시는 어떤가요. 국민펀드라 할 수 있는 미래에셋 펀드의 손실도 이만저만 아닙니다. 미래 성장성에 지나치게 기댄 것에 대한 비싼 수업료입니다. 결과론이 아닙니다. 물론 미래에 따라 펀드의 손실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역시 얼마나 불확실한가요.

추석 연휴 기간 미래가 아닌 과거와 현재에 대해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기업과 시장의 미래보다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 결정을 내리면 안될까요. '이 회사는 지금까지의 경영을 보니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다'는 확신이 서는 기업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지요. 개미들을 울리고 속이는 수많은 테마의 바탕은 과거가 아닌 미래입니다.

주식 투자는 국정과 기업 경영과는 많이 다릅니다. 과거가 탄탄하고 좋은 기업이 미래도 밝지 않을까요? 과거를 새롭게 중시하는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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