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발행 연기, 새옹지마 되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9.12 15:56

향후 국제금융시장 동향따라 '악수' 또는 '행운'

- 향후 국제금융시장 동향따라 '악수' 또는 '행운'
- 16일 FOMC 연내 금리인하 시사 여부 주목
- 리먼브러더스 사태 추이, 메릴린치 부실도 변수

정부가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이유로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연기한 가운데 이번 연기 선택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될지, '행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16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입장이 나올지,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의 부실 문제가 어떻게 진전될지 등이 변수다.

외평채 발행을 위해 미국 뉴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협상을 벌여온 기획재정부 대표단은 11일(현지시간) 가산금리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외평채 발행을 연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정부는 길게는 2주까지 국제금융시장의 동향을 주시한 뒤 적절한 시기에 외평채 발행을 다시 추진키로 했다. 이달 중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둔 선택이다.

재정부의 외평채 발행 협상단장인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시중 유동성이 완전히 말라 있다는 걸 느꼈다"며 "헐값에 외평채를 발행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1.8∼2.0%포인트 수준의 가산금리(미 국채 수익률 대비)를 기대했으나 최근 미국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에 대한 부실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되면서 2.0%포인트 이하의 가산금리로는 발행이 어려워졌다.

우리나라 5년 만기 외평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1.35%포인트에서 8일 미 정부의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달러 구제금융 발표로 1.25%포인트 수준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지난 10일 리먼브러더스의 3분기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부각되면서 다시 1.40%포인트 이상으로 뛰었다. CDS프리미엄은 발행시 가산금리를 결정하는 잣대 가운데 하나로 쓰인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포기 선언도 금융시장 불안에 한몫했다. 여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혈관 수술을 받은 것이 알려진 것도 북한 체제급변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한국물에 대한 매력을 감퇴시켰다.

만약 향후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돼 가산금리가 당초 정부가 기대한 수준(1.8∼2.0%포인트)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이번 연기가 되레 잘된 일이 될 수도 있다.

리먼브러더스에 대해 새로운 인수주체가 출연한다면 금융시장이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HSBC, 바클레이즈, 도이치방크, 씨틱증권, 미쓰비시도쿄UFJ, 노무라홀딩스 등과 미국계 대형 사모투자펀드(PEF)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중동 국부펀드 등이 인수주체가 거론된다.

FOMC가 오는 16일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신용경색 우려 해소를 위해 연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할 경우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외평채 발행에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리먼브러더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거나,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에 이어 메릴린치까지 대규모 부실 우려에 휩싸일 경우 외평채 발행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에 도미노 위기가 발생할 경우 다음 차례는 메릴린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외평채 발행 성사 여부와 관련, FOMC와 리먼브러더스 뿐 아니라 메릴린치까지 함께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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