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인상의 조건은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09.11 15:39

"물가 상당기간 높은 오름세 지속"

이 기사는 09월11일(15:3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물가를 놓고 보면 한국은행이 8월에 이어 9월에도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기에 충분했다. 한은이 그동안 천명한 대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차단을 위해서다.

하지만 한은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 것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촉발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리나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이유로 금리인상 카드를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웠다.

또 금융시장이 금리 동결을 예상했던 터라 한은의 금리인상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워, 불안 국면을 확대시키고 경기 둔화에 엑셀을 밟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면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금리를 올리고 끝낼 정도로 만만한 물가 오름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 유가 떨어져도 물가는 계속 오른다

8월 이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한은이 매파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다소 완화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빗나갔다. 한은은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재차 내비쳤다.

8월에 이어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8월에 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11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물가 사정이 별로 좋아진 것은 없다'"고 평가하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5.3%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크게 오른 달러/원 환율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왔지만 유가가 이전과 같은 상태로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며 그동안의 상승분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원유가 경제내로 파급되는 효과가 남아있다"며 "인플레 압력의 2차, 3차 효과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한 두달 전부터 유동성 지표들이 조금 낮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유동성 증가율이 꽤 높다"며 "은행 대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동성 증가율이 다소 둔화된 것은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중소영세기업에 대해 대출을 꺼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 금리인상의 조건은..국제금융시장 안정

이 총재는 9월 금리동결의 주된 이유가 국제금융시장 불안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경기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며 "주가나 환율 변수가 최근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시장이 지금처럼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한은의 금리인상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경우의 수가 제거되고 난 후, 다른 요인들이 통화정책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현 단계에서 보면, 물가나 금융시장 유동성 사정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 두는 편이 더 편해 보인다.

금리인상을 뒷받침해줄 정도로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면 한은이 주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매번 금통위 모두발언 말미에 국제금융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발언이 이번 달에는 더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언급하면서 "최근 2년 가까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국제금융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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