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물가 사정 좋아진 것 없다"

더벨 박상주 기자 | 2008.09.11 13:18

"성장 몇달전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이 기사는 09월11일(12:4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1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물가 사정이 좋아진 것은 없으며 앞으로 상당기간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소비.투자는 당분간 부진할 것이나 수출은 꾸준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성장은 몇달 전에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모두발언 및 일문일답 전문이다.

모두발언

오늘 우리 한국은행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5.25%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배경은,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만 소비, 투자 같은 내수가 저조해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제원자재가격으로 촉발된 물가오름세가 높고 고용사정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다가 금융시장의 가격변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불안하고, 이런 것이 소비나 투자심리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가 쪽은 지난 8월에 소비자물가는 작년에 비해 5.6%상승을 해서 지난달 5.9%보다는 좀 낮았습니다. 그 이유는 최근의 국제유가가 떨어져서 석유류 제품가격이 전 달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것입니다.

5.6%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라는 것은 한국은행이 목표로 삼고 있는 2.5-3.5%에 비해 생각하면 2%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그리고 유류 같은 것을 포함해 7월 5.9%에서, 8월에 5.6%로 떨어졌습니다. 유가 상승률은 조금 떨어졌습니다만 채소 같은 핵심물가를 제외한 8월에도 4.8%로 그 전 달보다도 조금 더 높아졌습니다.

물가사정은 별로 좋아진 것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금융 쪽을 보면 한두 달 전부터 각종 유동성 지표 증가율이 조금 낮아지는 기미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유동성 증가율이 꽤 높습니다. 은행에 대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지 신용도가 좀 낮은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은행의 여신태도가 좀 엄격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격변수는 국제금융시장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경기도 점차 둔화되고 있는 사정입니다.

주가나 환율 등의 가격변수가 최근에 매우 불안했습니다. 소비투자는 당분간은 부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수출은 그런대로 꾸준히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에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전망했습니다만, 최근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성장은 몇 달 전과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국제원유가격은 상당히 내렸습니다. 140달러이던 것이 100달러 이하로 내려갔고 우리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100달러 밑으로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반면에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크게 영향을 받아서 원화가치가 그동안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서 이런 것들이 물가상승 압력을 주고 이것이 물가 상승요인이 될 겁니다.

그리고 공공요금, 지금 이야기되는 전기, 가스 공공요금 인상이 조만간 있게 되며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상당기간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우리가 발표를 할 때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5.3으로 이야기했었는데 7월에 5.9%, 8월에 5.6%인데, 이런 걸로 봐서는 하반기는 5.3%로 예상보다 조금 높아질 것 아니냐, 이렇게 봅니다.

앞으로 통화정책방향 하반기 방향은 경기둔화 방향을 전망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원화 환율에서 오는 서로 상반된 물가상승압력이 줄어든 것, 또 커진 것들과 연관이 있을 거고, 최근 2년 가까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국제금융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일문일답

-8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했다. 1달밖에 안됐지만 한 달 간 기준금리 인상효과는 어땠나.가격변수 변동폭은 커졌는데, 어떻게 보나. 당분간 환율변화가 이어진다고 봐야 하는지. 패니메이 프레디맥 투자규모가 적정했었는지 평가를 부탁한다.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에 대해서 우선 당장 나타나는 것은 금융시장에서의 금리변동입니다. 시장금리 쪽에서 지난 7월부터 반응을 한 것 같고, 은행의 여수신, 시중금리 CD 등은 그 이전부터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금리인상의 효과가 즉각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근래에 와서 은행의 대출 증가폭이 떨어지고 은행의 대출태도라든가 이런데서 당초의 금리 인상이 예고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기준금리가 주는 심리적인 효과 그런 게 있다고 봅니다.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는 뜻은 많이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환율효과에 대한 전망은 어렵고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단지 원유가격에 대해 전문기관들이 소개하는 것을 보면 많이 내려왔지만 크게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현재 수준에서 원유가격의 상승세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 전처럼 많이 내려가지는 않을 거 아니냐,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환율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상황도 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런 최근의 가격변수 변동이 너무 커져서 실물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은데, 통화당국이 변동성이 커진 것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이 정도만 말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공적보유로 최근 관심을 끈 프래디맥 같은 데 상당히 자산투자가 돼 있었습니다. 우리도 지난 월말에 2400억달러, 2500억달러 정도의 적정한 규모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위험분산, 수익투자를 위해서 여러 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공적보유이기 때문에 안정성,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에 수익성을 고려한다는 원칙을 지켜고 있습니다.

저희가 외화자산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 특히 미국 쪽에서 발행한 금융자산불안은 우리가 몇 년마다 보는 게 아니고 사실은 수십 년 만에 보이는 거라고 봐도 되지 않느냐. 이렇게 몇 십 년 만에 오는 위기상황이라면 원리금 손실이나 공적보유가 빠지지 않은 한에서 이번 경험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봅니다.

-성장모멘텀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근원인플레이션은 왜 오르나.

▲성장 모멘텀이라는 것이 단기와 중기로 볼 수 있는데, 단기전망과 연관이 돼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도 높고, 성장률도 낮아지고 이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통화당국이 생각하는 관심사는 물가상승률이긴 하지만 국내경제성장률이 지난번 우리가 발표한 전망에서도 3.9%로 4%가 못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경제수단들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국가정책 입장에서 4%이하로 떨어지는 경제성장에도 정부가 정책수단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봅니다.

중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 거라고도 봅니다. 원유가격이 급등 했을 때 우선은 원유를 직접 사용하는 데가 그렇지만, 원유라는 게 에너지니까 에너지를 사용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데 그것으로 파급되는 영향은 여전히 있습니다.

앞으로 4.6%, 4.7%로 가는 금융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이냐 하면, 앞으로 최소한 몇 달 동안 물가상승률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올 것 같지는 않다는 겁니다.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은 2, 3차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효과다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9월위기설, 하나의 설이라는 것이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었던 건지, 원인이 무엇이었나. 여전히 남아있는 리스크가 있을 것이다. 향후 금융시장 전망은.

▲왜 9월이라는 특정 월이 거론이 됐나하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거고요. 국내 경제환경과 국제 경제 환경이 다른 방향으로 가면 이런 일이 잘 안 생기는데, 이번에는 국제적으로 사정이 벌써 한 1년 정도 됐고 미국의 모기지 시장은 2년 정도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국제금융시장에서 오는 압력이 한국처럼 개방도가 높고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압력이 쉽게 오게 됩니다.

2001, 2002년이라고 봅니다만, 국제 경제가 팽창할 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한 때 외국인 투자비중이 40%나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 나라가 없었지요. 국제시장이 수출될 때 한국이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내의 경기 싸이클이 양쪽 다 안 좋게 작용하고 있으니까 이런 우리나라 경제가 국제적인 변동에 많이 노출돼있다는 점, 가계부채 수익률이 많이 높아졌다는 점, 여러 가지 점이 사람들의 심리를 불안한 쪽으로 끌고 갔고, 우리가 97년 외환위기를 당해서 엄청난 위기를 당했기 때문에 이런 것이 많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줬습니다.

위기가 처한 상황이, 가까운 장래에 몇 달 사이에 크게 호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금방 좋아질 거라고 했으면 좋겠지만 지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고 국제금융시장이 거기서 발단이 된 거니까, 국제금융시장 사정이 근본적으로 미국 주택시장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평온을 유지하지는 못할 겁니다.

한 두 달 사이의 큰 심리적 변화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금융시장도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당분간은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구체적으로 돌아오면 주식이나 환율 같은 것이 우리가 워낙 밖에 많이 노출돼 있다 보니까 한국도 계속해서 변동성이랄까 그런 것이 앞으로 계속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 다 지나갔다고 하는 것은 조금 섣부르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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