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와 따로노는 달러 "왜 자꾸 오르나"

유일한 기자, 안정준 기자 | 2008.09.11 11:56

1유로=1.4달러 붕괴… 유가 하락·유럽 침체·이머징 자금이탈 영향

리먼 브러더스에 이어 워싱턴 뮤추얼의 주가가 폭락,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가운데 유로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달러/유로 환율은 연일 1.4달러선 이탈 시도에 나섰다. 프레디맥과 패니매에 대해 사상최대인 2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단행할 정도로 미국의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강달러가 강화된 것.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유로 환율은 1.3935달러까지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2007년9월1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오전 11시37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0.17% 하락한 1.3975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1.3998달러까지 하락한 이후 다시 1.4달러선을 이탈한 것이다.

유가가 연일 하락하자 미국 소비가 살아나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하강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분석이 강화된 것도 달러 매수세를 자극했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유럽이 상대적으로 더 나쁘다는 수혜를 달러화가 입고 있는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유럽이 심각한 경기둔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꺾였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날 유로 지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3%로 낮추면서 유로지역의 경제가 예상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EC는 또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뿐 아니라 독일 스페인이 올해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잊지 않았다. 독일은 3분기에 0.2% 위축(2분기 0.5% 위축)되고, 영국 스페인은 3, 4분기 연속 위축될 것이라고 보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들에 비해 조금 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수급 측면에서는 원유 랠리를 보고 상품시장에 뛰어들었던 헤지펀드 등의 자금이 달러로 회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유 금속 곡물 가격이 급락, 상품 펀드들은 40% 안팎의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국면에서 이머징 자산보다 달러화가 부각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이머징마켓의 자금 이탈은 기록적이다. 글로벌 펀드자금의 움직임을 조사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6월4일 이후 3개월 동안 이머징마켓 채권-주식 시장에서 295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사라졌다. 이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5년 이후 가장 빠른 자금 이탈 속도다.

8일 하루 동안에만 1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역시 1995년 이후 최대 속도다.

RBC캐피털의 이머징마켓 조사 책임자인 닉 체이미는 "7월 이후 투자자들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정점에 달했다"며 "그간 전세계 호황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이머징마켓에서 이번에는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머징마켓 자금 이탈은 월가 은행이나 펀드들의 대규모 손실과도 직접 연관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금융기관들이 이머징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건정성을 제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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