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급한 불 껐지만 '신뢰' 못줬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9.11 04:26
패니 매와 프레디 맥에 이어 미국 금융시장의 '시한 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는 리먼 브러더스가 자구계획을 발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리먼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 앉지 않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는 전날 주가가 하루만에 반토막나자 10일(현지시간) 예정보다 1주일 이상 앞당겨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공개했다.
리먼의 자구책을 호재로 미국 증시는 급락세에서 벗어나 하루만에 다시 급반등하고 있다. 리먼 주가 역시 오후 3시 현재 전날대비 5% 이상 상승하고 있다.
일단 금융시장의 '패닉'은 진정됐다는게 월가의 분위기 이다.

◇ 주가 반등 미약, CDS 프리미엄 확대

하지만 리먼 주가의 반등폭은 전날의 낙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데다 이날 한때 마이너스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자구책이 이미 시장에 알려진 내용인데다 자산 매각 등 주요 자구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구책에도 불구, 리먼 채권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부도 가능성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 프리미엄은 하루만에 130bp 이상 상승한 610bp 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부도 위험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 자산운용 부문 매각..'수익원 파괴' 불가피

가장 유력한 자본조달 대상이었던 한국의 산업은행은 이날 공식적으로 리먼 브러더스와의 협상이 중단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리처드 풀드 리먼 회장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매력적인 조건을 갖고 온다면 어느 누구와도 협상할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동의 국부펀드와 더불어 HSBC, 씨틱증권, 바클레이즈, 도쿄 미쓰비시, 노무라 등이 지분인수 주체로 거론되고 있지만 리먼 주가 폭락이후 '급할게 없다'는 태도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리먼브러더스는 보유 부동산은 물론 노이버거버만을 포함한 자산운용부문을 경매를 통해 매각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예상 구매자들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리먼은 매각이 2009년 회계연도 1분기내에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등 사모펀드들이 리먼의 자산운용사업부문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크 자산운용의 애널리스트 빌 피츠패트릭은 "사업부문 매각은 향후 수익원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살아남는다 해도 경쟁력이 의문시 된다는 말이다.


◇ '추가 상각 가능성' 불신 여전

리먼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추가 자본조달은 긴급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분석은 딴판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마이클 헥트 애널리스트는 리먼이 60억달러 규모의 자본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경색 이후 7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을 상각했음에도 3분기에 또다시 56억달러의 상각이 발생, 리먼의 장부가 '밑빠진 독'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점은 향후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리먼은 모든 모기지 자산이 30~40% 가량 부도가 날 것으로 전망, 3분기중 일시에 이를 상각했기 때문이라며 '보수적' 회계처리가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자문사 클레멘트의 선임 애널리스트 쿠빌라스 딩은 "리먼이 여전히 부동산 및 관련 자산 투자손실 위험이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 사기 '바닥'..핵심인력 유출시 경쟁력 회복 힘들어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내부 동요도 심각한 상태이다.
최근 글로벌 채권 담당 책임자를 올들어 두번째로 교체한 것을 비롯, 사장, 최고 재무책임자(CFO)등 풀드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 경영진을 물갈이했다.

하지만 풀드 회장의 위기타개 능력에 대한 불만으로 연말 사임설이 내부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등 조직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가 관계자들은 리먼 브러더스의 직원들이 이미 새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는 등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사람장사'로 통하는 월가 투자은행에서 핵심인력 유출이 본격화된다면 경쟁력 회복은 물론, 생존마저 불투명해질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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