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OPEC 협력, 고유가 변수로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09.10 15:14

세친 부총리, OPEC 회의 참석 '협력강화' 제의

러시아가 OPEC(석유수출국기구)에 협력 강화를 제의하면서 유가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OPEC 비회원국중 최대 원유생산자로서 최근 미국과 대립점에 선 러시아와 OPEC간의 협력이 강화될 경우 자원을 무기화한 '고유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큰 때문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는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총회에 입회인 자격으로 참석, OPEC에 '보다 강화된 협력'(greater cooperation)을 갖자고 제의했다.

그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회장으로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세친 부총리는 개막 연설에서 세계 1,2위 원유생산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간의 밀접한 연관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알제리 '환영', 서방 '경계'
러시아의 행보에 대해 주요 원유 소비국인 서방 국가들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OPEC 패권국 사우디를 통해 간접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에게는 그루지야에 이은 또하나의 도발격이다.

AFP통신은 "그루지아 분쟁 직후 세친 부총리가 OPEC 회의에 참석한 것은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던 서방 주요 소비국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진전"이라면서 "세계 원유생산의 40%를 차지한 OPEC에 러시아가 힘을 보탤 경우 지배적인 영향력을 휘두르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OPEC 회원국중 이란 베네수엘라 등은 러시아의 등장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이들은 앞서 러시아의 '가스 OPEC' 구상에도 지지의사를 보내 유럽연합(EU)을 긴장시킨 바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란, 알제리, 베네수엘라, 리비아 등 고유가를 원하는 회원국들은 사우디를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반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 들은 미국 등 서방권의 지지를 업고 OPEC를 좌지우지하려는 사우디의 독선적 행보를 늘 마뜩치 않게 생각해왔다.

OPEC 의장인 차킵 케릴 알제리 에너지장관 역시 지난 6월 회의때 정치적인 이유로 생산 증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음에도 미국의 수급확대 요구에 부응한 사우디가 독단적으로 증산에 나서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고유가' 다시 불지필까…러시아 속내는?


OPEC을 향한 러시아의 제스처는 '무조건'이다. 한때 OPEC를 견제하기 위해 비회원국 중심으로 자신들이 구성을 주도했던 'OPEC-2' 구상도 접어버릴 태세이다.

러시아는 OPEC 가입을 희망하다 거부당하자 지난 6월 'OPEC-2'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는 OPEC이 회원국간 의견충돌로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의 태도 변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다. 공교롭게도 러시아의 부총리가 방문한 이날 OPEC 장관회의에서는 52만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다.

회의 직전 사우디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며 생산량 동결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감산으로 나타났다.

52만배럴이라는 감축량 자체는 생산 쿼터를 넘긴 초과분중 일부에 불과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유가안정을 목표로 '동결' 입장을 고수했던 사우디가 한 발 물러섰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OPEC 접근을 원하는 러시아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PFC에너지의 데이비드 커시 애널리스트는 "OPEC에 세친 부총리가 참석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며 "러시아가 에너지시장에서 가격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OPEC 사이의 협력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징후도 엿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다우존스는 익명의 러시아 관료가 "OPEC과 러시아가 폭넓은 범위에서 MOU를 체결할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열릴 국제석유회의에서 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