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펀드에 증권거래세 부과 논란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08.09.11 07:52

정부, 사모펀드 간주 과세…각종 연기금펀드와 형평성 어긋

금융권 "일반 투자자금과 달라… 법 개정 시급"


정부가 퇴직연금이 투자하는 펀드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자금성격이 비슷한 국민연금이나 각종 연기금이 투자하는 펀드는 거래세가 면제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노후를 위한 자금에게 세제혜택을 더 주지는 못할 망정 거래세를 부과,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감독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옛 재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사모펀드에 거래세를 부과하면서 퇴직연금펀드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즉 퇴직연금펀드는 그동안 운용 실적과 상관없이 주식 매도 때마다 거래금액의 0.3%를 거래세로 내왔던 것이다. 거래세는 일종의 거래비용으로 그만큼 펀드 수익률을 까먹은 셈이 된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권의 퇴직연금 담당자들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증권사 한 퇴직연금 담당자는 “퇴직연금펀드에 거래세가 부과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퇴직연금펀드가 과세 대상이 된 것은 기획재정부가 퇴직연금펀드를 단순히 사모펀드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17조에 의하면 펀드 수익자가 30인을 초과하는 공모펀드는 거래세가 면제되지만 30인 이하인 사모펀드는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상 퇴직연금펀드는 수익자가 불특정 다수의 퇴직연금 가입자가 아닌 퇴직연금사업자(금융회사) 한 곳으로 돼 있다. 법적으로는 사모펀드인 셈이다. 이처럼 관련법상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과세했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담당자는 "법적으로 사모펀드인데다 특례(면제)를 준다고 해도 퇴직연금펀드 규모가 크지 않아 실효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퇴직연금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자금성격을 감안하지 않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위”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소중한 은퇴자금인 퇴직연금을 일반 투자자금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B자산운용사 사장은 “퇴직연금펀드는 금융회사가 수익자로 기재돼 있지만 실제 최종 수익자는 불특정 다수의 퇴직연금 가입자인 만큼 공모펀드로 인정해야 한다”며 “법규만 따져서 사모펀드로 규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퇴직연금은 사적연금이지만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생활 보장 자금인 만큼 일반 투자자금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 펀드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시중은행 한 퇴직연금 담당자는 “현재 각종 연기금이 투자하는 펀드는 거래세를 면제 받고 있다”며 “퇴직연금은 그 성격상 국민연금과 동일한데 왜 퇴직연금펀드만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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