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 "신한·우리와 대등합병 추진"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8.09.09 14:30

황영기 회장 "금융시장 재편할 때… 빅3 합쳐도 亞10위권"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9일 "국내 대형금융지주나 금융지주사급 회사와 대등합병을 추진하겠다"며 금융권에 빅뱅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황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등합병을 통해 금융시장을 재편해 세계로 나갈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내에서 벌어진 합병·인수(M&A) 사례를 보면 인수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큰 회사들끼리 합병을 통해 금융시장을 재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정말로 해외에 나가면 우리나라 금융사가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국민은행 역시 국내에서는 제일 크지만 해외에서는 존재감이 전혀 없다"며 "대표선수가 금융산업을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역할을 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시동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우리와 합병 논의를 못할 회사는 없고, 개별 회사부터 금융지주사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작은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를 인수해 점진적으로 보강하는 것보다 획기적인 대형 M&A를 통해 금융지도를 바꾸는 전략을 세웠다"며 "지금은 성장전략 등 우리와 가장 잘어울리는 대상이 어디인지, 합병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는 단계로 아직 어느 회사와 얘기를 하거나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빅3간에 대등합병이 일어나면 400조~450조원의 은행이 탄생하지만, 이렇게 해도 아시아 10위권 밖에 안된다"며 "500조원이면 세계 50위, 아시아 10위권이 되는데 거기까지 빨리가려면 빅3간의 대등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개별회사 보다 금융지주사를 먼저 대등합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해 신한·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궤도를 수정해 자산규모 100조원대의 하나·외환은행 또는 민영화되는 산업·기업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큰 곳은 주주들을 만나야 하고 준비기간이 상당히 필요하다"며 "장담할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 이전에 먼가 이뤄져야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외국사례를 보면 비슷한 규모의 회사가 합병할 때 경영권에 관한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경영진과 조직원이 집단이기주의를 버린다면 국내에서도 많은 대등합병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또 자사주는 물론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물량을 연내 전략·재무적 투자자를 물색해 처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자사주와 매수청구권 처리물량이 4조를 넘어가는데 이를 끌어안고서는 인수·합병에 나설 수 없다"며 "이 물량을 처리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전략·재무적 투자를 국내외 적당한 비율로 섞어 연내 금년말 이전까지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전략·재무적 투자자를 다구하지 못할 경우 잔여금은 해외에 투자해 3년뒤에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하겠다"며 "3년 동안은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 "국내 기반을 탄탄히 다지지 않고 해외로 나가면 실패를 불러올 수 있어 강력한 국내시장 리더로 등장하는게 선결조건"이라며 "카자흐스탄 BCC에 투입된 자금이 1조2000억원으로 이정도면 해외 엑스포저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해 당분간 해외 금융기관의 추가 인수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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