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성매매업소 없애면 집값 오를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8.09.09 15:09

서울 장안동 안마시술소 단속… 중개소·주민 집값전망 큰 시각 차

↑ 서울 장안동 일대 주택가. 안마시술소가 밀집한 대로변과 붙어있다.
"성매매업소가 사라진다고 해도 집값은 오르지 않을 겁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1동에 위치한 K공인중개사무소 박 모 대표의 말이다. 그는 "장안동 일대 성매매 안마시술소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는 단란주점 등 불법이 아닌 유흥업소가 들어올 것"이라며 "지역 전체를 새롭게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주민들이 기대하는 집값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 최대 성매매 안마시술소 밀집지인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대로변 일대. 2개월 전부터 경찰의 불법 성매매 업소 집중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지난 8일 오후 이 일대 K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장안동 부동산 시장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박 모 대표는 "이 일대 건물들은 권리금이 보통 10억원에다 월세가 3000만원 가까이 되는데 안마시술소 대신에 들어올 수 있는 업종은 뻔하다"며 "또 다른 유흥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기대처럼 집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 서울 장안동의 한 안마시술소 앞에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반면 장안동에 10년째 살고 있다고 밝힌 김 모씨는 "동대문구에서 이 일대 안마시술소를 전부 없애고 여기에 학원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집값은 최소 2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모씨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지난 7월부터 장안동 일대 불법 성매매업소 단속이 진행되자 환호하고 있다. 주민들은 안마시술소 같은 유해시설들이 사라지면 자녀 교육환경이 개선되는 등 살기 좋은 동네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집값도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며 지역구 의원과 해당 구청에 강력하게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불법 안마시술소가 모두 없어지면 현재 3.3㎡당 1200만~1500만원인 이 지역 땅값이 최소 2000만~25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대문구의 뉴타운 지역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곳만큼 상승한다는 것.

하지만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주민들과 생각이 달랐다. 장안동 경남호텔 인근 Y부동산중개업소 김 모 실장은 "요즘 주변 음식점 사장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이들이 망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며 "뉴타운 지정 등 개발 호재가 아닌 이상 주거 환경이 좋아져 집값이 오르는 것은 10년 이상 기다려 봐야 안다"고 말했다.

↑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대로변 모습.
이날 오후 장안동 일대 안마시술소들은 대부분 문이 잠겨 있었고 주변 음식점 등 일반 업소는 텅 비어 있었다. 또 거리에는 단속 경찰들과 취재 나온 기자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일부 업소 앞에는 '임대'라고 적힌 큰 종이가 붙어 있었다. 경찰들은 이번 집중 단속으로 70여 개가 넘는 안마시술소의 영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파악했다. 그동안 안마시술소 관계자들은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는 시위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안마시술소 업주들은 성상납 리스트를 공개, 단속 경찰들과 정면으로 맞섰다.

장안1동 대로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명훈씨(가명, 43세)는 "단속이 진행된 이후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예전의 30%도 오지 않는다"며 "이번 단속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된다는 측면에서 주민들에게는 좋겠지만,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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