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메릴린치는 '빈껍데기 투자은행?'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09.09 10:30

블룸버그 "소매증권·자산운용 제외하면 가치없다"

투자자들이 소매증권과 자산운용부문을 제외한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의 가치를 '0'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 관련 상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회사인 노이버거 버만(Neuberger Berman)을 매각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만약 매각이 실제로 단행된다면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리먼브러더스의 가치는 얼마 남지 않는 것이 된다.

메릴린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릴린치의 시가총액은 422억달러 수준이다. 소매 증권 및 자산운용사업 부문을 제외하면 투자자들의 판단하는 메릴린치 가치는 '0'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시가총액은 112억달러다. 이는 노어비거 버만을 포함하는 자산운용부문 가치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자산운용사업부문의 가치는 8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 부문 가치는 운용하고 있는 자산을 경쟁사인 블랙록, 피더레이티드인베스터스 등과 비교해 산출한 것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주요 사업부문인 트레이드와 증권(채권)발행 등의 가치는 35억달러에 불과해 거의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메릴린치는 더 열악하다. 메릴린치의 소매 증권 부문의 가치는 나머지 상장사의 주가수익률에 근거해 290억달러로 평가된다. 블랙록의 지분 49%는 120억달러로 추산된다. 메릴린치의 시가총액 422억달러 중 나머지 가치는 12억달러에 불과하다.

즉,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소매증권과 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 발행 및 트레이딩 등 투자은행의 핵심 부문에 대해 주주가 평가하는 가치가 '0'에 가깝다는 것이다.

모간스탠리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소매증권 사업부문은 190억달러고 자산운용사업부문은 170억달러다. 이 경우 트레이딩 부문 등 나머지 사업부문의 가치는 100억달러이다.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은 지난 2002~2006년동안 650억달러의 세전 순익을 창출했다. 이들은 여전히 월가 투자은행들의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리처드 풀드 리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테인 메릴린치 CEO는 가치를 늘리기 위한 확신을 주주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브래드 힌츠 샌포드 C.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그랜드캐년의 한쪽 끝자락에 서서 반대편 언덕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채권시장이 활기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리먼브러더스는 회복과 아주 멀리 떨어져있다"고 지적했다.

주주 가치가 급락한 것은 모기지 자산에 대한 상각 우려 때문이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모간스탠리는 지금껏 740억달러의 상각을 단행했다.

윌리엄 타노나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리먼, 메릴린치, 모간스탠리가 3분기에만 추가로 120억달러의 상각을 단행할 것으라고 추산했다. 이러한 금액은 트레이딩 매출을 앗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로저 리스터 DBRS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추가 상각이 주가 희석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요인이 장기 주식 가치를 까먹고 있다. 이들 3개 투자은행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는 정크(투기등급)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무엘 하이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투자뱅킹 부문 교수는 "신용시장이 정상화로 돌아갈 경우 모기지 증권 등을 다루는 증권화 사업은 소규모 사업 부문이 될 것"이라며 "소매 트레이드 고객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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