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경제 상생의 지도를 그리자"

대담=권성희 정경부장, 정리=양영권 기자  | 2008.09.10 12:26

[그린강국 초대석]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온통 녹색의 물결이다. 도심은 여전히 회색빛이건만 시대적 화두는 녹색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을 높이고 기상이변을 초래하는 탄소 의존형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합의가 사회적으로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는 덕이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녹색'의 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환경과 성장의 조화 - 21세기 시대정신으로 주목되는 이 화두를 벌써 10년 전부터 고민한 사람이 있다.

 김명자(64) 전 환경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17대 국회의원을 졸업한 뒤 자신이 10여년 전부터 고민해 온 '녹색성장'을 민간 차원에서 공론화하고자 그린코리아21 포럼을 지난 8월25일 출범시켰다. 녹색성장의 선구자로 나선 김 전 장관을 만나 그의 '녹색철학'을 들어봤다.
 
 -그린코리아21 포럼을 출범시키고 대표가 되셨는데요, 어떤 취지로 결성하게 되었나요.

 ▶최근 유가가 좀 떨어지고는 있지만 에너지 고갈과 가격 앙등은 인류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기상이변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구요. 이런 문제들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 수준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그린코리아21 포럼을 만들게 됐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해 국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대체 에너지 개발 보급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살 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지요. 그린코리아21 포럼은 환경과 경제가 동반 상생하는 길을 기술과 산업 측면에서 다양하고 치밀하게 모색하고 사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고건 전 국무총리, 조석래 전경련 회장, 서남표 KAIST 총장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30명에 달하는 국회의원이 동참하는 등 정관계, 학계, 재계 쟁쟁한 인사들이 그린코리아21 포럼에 동참한 것이 눈에 띱니다.

 ▶제가 그동안 '적금' 들어 놓은 게 조금은 있었나 봅니다. 사실 녹색성장이란 것이 사회적 인프라 자체를 바꾸는 작업인지라 쉬울 리가 없지요. 처음엔 "그런 어려운 일에 감히 어떻게 손을 댈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 반응 쪽이었는데 결국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21세기 한국이 살아갈 길은 녹색성장 뿐이라는 점을 설득하면서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웠구요. 다행히 이런 뜻 깊은 모임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환경부 장관을 지내셨는데요. 사실 환경과 성장 또는 산업 하면 서로 상충되는 개념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이 얘기를 10년 전부터 계속 하고 다녔는데요, 환경과 경제성장은 상충관계처럼 보이지만 상생관계가 될 수 있고, 또 상생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환경부 장관으로 있을 때 2000년부터 '에코(Eco)-2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그게 바로 경제와 환경의 상생 프로젝트였어요. 이미 1990년대 웬만한 국제회의의 키워드는 지속가능 발전이었구요, 지속가능 발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고려하는 산업과 성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어요.

하지만 실천은 미흡했지요. '에코-2'란 환경과 경제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환경 규제가 경제 전체의 파이를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 축을 조금만 늘려 놓고 보면 결국은 환경을 배려하는 성장이 국가와 인류사회에 파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이거든요.

이렇게 간단히 말씀드리면 설득력이 좀 덜 할 것 같은데, 요즈음 겪는 기상이변의 엄청난 피해가 앞으로 계속 무차별적으로 악화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두렵지 않습니까.
 
 -이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방향으로 제시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저탄소 녹색성장'은 21세기 전지구적 현안이자 우리에게도 매우 절실한 과제입니다. 20세기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는 이제 21세기 ‘그린 코리아의 기적’을 이뤄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이 대통령의 국정지표 제시는 시대변화를 바로 읽은 정확한 판단이자 현명한 방향 제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야 한다'는 것과 '할 수 있다, 한다'는 것이 동의어는 아닙니다. 방향 제시 그 자체가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처럼 각 부문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터져 나오는 다원화 사회에서는 정부의 의지만 갖고 순조롭게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 다듬어 치밀한 추진 과제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은 미래지향적 장기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장기적 시각을 갖고 단기, 중기, 장기 계획과 추진전략을 세우고 철저히 점검·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 민주당(옛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 현 정부 정책에 적극 동조한다는데 부담이 있을 법도 합니다만.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정책 지향에 있어 어느 정당 소속이었느냐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저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는데 당시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정치인 노릇도 못하고 졸업한 듯 합니다. 환경부 있을 때 '그린코리아21'이란 영문 책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10년 전 제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지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물론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일방적 독주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따끔하게 지적해야겠지만 환경과 경제성장의 조화라는 대명제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리라 믿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가 녹색성장의 하나로 원자력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대해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거셌는데요.

 ◀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중 화석연료 비중이 83%입니다. 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최고 수준이고요. 화석연료는 온실가스의 주범이면서 가격 불안정성도 높은데 여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채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나라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높이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굉장히 공격적인 목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에 불과하니까요. 가장 높다는 덴마크가 현재 13%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때까지 마냥 화석연료에만 의존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현재로선 원자력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도 신재생에너지가 주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자력이 이상적인 에너지는 아니지만 에너지 조합(믹스)의 관점에서 일정 기간 활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됩니다.

물론 단기간 내에 원자력 발전의 기술 돌파력이 이런 저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을 것 같구요. 따라서 전력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의해 작동시키는 동시에 원자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는 대안은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무분별하게 세워질 경우 오히려 친환경에너지가 아니라 환경파괴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태양광은 산림이 훼손되고 주변 온도가 올라가 대기환경을 교란시킬 수 있습니다. 풍력발전 역시 소음이나 생태환경 파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환경파괴 논란으로 인해 대체 에너지 기반 조성이 발목 잡히지 않도록 반드시 사전 환경성 검토를 제대로 하고 지역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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