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9월에 국고채 만기가 집중되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이다. 5년물 국채는 대부분 3월 또는 9월이 만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는 '9월 위기설'이 나돌아도 시장은 콧방귀도 안 뀌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채권시장도 덩달아 요동쳤다.
만약 지금 경상수지가 흑자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경상수지 흑자가 쌓여 외환보유액이 연일 불어나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제2의 외환위기'를 논했다면 시장에서는 "늦더위를 먹었나보다"고 했을 것이다. 신문에서도 '1면톱'이 아니라 '가십란'에 실리지 않았을까?
그러나 날로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고 외환보유액은 줄어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다르다. 스스로는 '위기설'을 믿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휘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대기업 자금위기설도 한몫했다.
여기에 "현 정부가 과연 경상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더해지면서 결국 '9월 위기설'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도 '9월 위기설'의 주된 이유로 꼽는다. 한 투자자문사 부사장은 "경상수지가 중요하다며 환율 상승을 부추기다가 어느날 갑자기 물가를 잡겠다며 힘으로 끌어내리는 식의 일관성없는 정책을 편 탓에 시장은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접었다"고 말했다.
적어도 정부가 "경상수지를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목표 아래 일관된 정책만 폈더라도 '9월 위기설'로 인한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정책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경제정책 중 가장 나쁜 것은 있다면 바로 일관성없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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