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응답="만족"? 코트라의 이상한 '셈법'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08.09.08 15:37

[현장+]'무응답'을 '긍정적인 대답'에 포함… "강조위해 포함" 해명

"코트라(KOTRA)와 같은 공공기관이 이럴 수가.."

코트라가 지난 7일 배포한 '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대상 경영 및 생활환경 애로사항 설문조사' 자료가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코트라는 이 자료에서 "281개 주한 외투기업들의 한국 경영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76.5%를 기록, 보통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통계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당하다.

코트라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설문조사 대상은 281개 기업이었다. 이 가운데 국내 경영 환경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전년 대비 4.7% 포인트 상승한 28.8%, ‘보통’이라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11.1% 포인트 감소한 39.5%로 조사됐다. 즉 ‘보통’ 이상의 답변은 68.3%였다.

그렇다면 코트라가 경영환경에 만족한다고 발표한 76.5%와 구체적인 항목들을 더한 68.3%의 차이는 어디서 생긴 것일까?


그것은 ‘무응답(8.2%)’때문이었다. 코트라 측은 8.2%의 무응답 수치를 '만족한다'는 수치에 포함시켰다.


아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을 만족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코트라식 해석법인가?

코트라 관계자는 "4년전부터 이 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는데 매년 만족도가 높아져 왔다"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보다가 만족도를 강조하기 위해 포함시켰다"고 해명했다.

코트라는 한 발 더 나가 주한 외국인들의 경영환경 만족도가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무응답(8.2%) 수치를 빼면 오히려 경영 만족도(68.3%)는 지난해(74.7%)보다 낮아졌다. 지난해엔 만족(24.1%)과 보통(50.6%) 등이었다.

한국 경영환경이 좋다고 홍보하고 싶은 충정이야 모를 바 아니지만 통계 공신력을 내던져서야 역효과만 클 뿐이라는 것을 코트라와 같은 공공기관이 모를 수 있을까.

통계는 신뢰가 생명이다. 특히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공적기관의 통계 실수는 '엎질러진 물' 처럼 주워담기 힘들다. 코트라의 자료를 믿고 보도한 상당수 언론들은 의도하지 않게 '오보'까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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