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외상은 소도 잡아먹는다

김관기 변호사 | 2008.09.08 14:42
현대의 대기업은 대중의 수요를 바탕으로 형성, 유지된다.

오로지 부자들만을 위해 봉사하는 기업은 대기업의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한다. 거의 맹목적으로 부를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리라.

처음에는 고소득자만이 감당해 낼 수 있는 소비도 대중에게 보급되는 데 몇 년 걸리지 않는다. 고급 휴대폰, 대형 텔레비전, 첨단 장치가 부착된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는 대중의 주제넘은 과소비 욕구를 자극하지 않고는 성립할 수 없다.

소비는 세금을 뺀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을 공제한 것이다. 따라서 '감세'는 확실히 소비 잠재력을 높이게 된다. 감세 정책은 추후에 사용할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 무능한 정부를 만들 수 있지만 이는 공적 자금을 줄이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감세정책은 작은 정부라는 이념적 기조에도 영합할 수 있다.

가계 저축을 줄이는 것도 소비를 진작하는 효과를 갖는다. 개별 가계의 입장에서는 기존 저축을 찾아 쓰고 나아가 가계대출 잔액을 늘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외상으로 소 잡아먹듯 쉬운 선택이며, 여론의 저항도 크지 않으니 불황을 극복했다고 선전하는 수단으로 써먹기에도 좋다.

그렇지만 가계의 신용팽창은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후일 가처분소득의 상당 부분이 채무상환이라는 형태의 강제저축에 구속되기 때문이다. 수요 부족으로 인해 기업도 힘들어지고 이것은 다시 기업에 고용된 소비자의 소득을 줄인다.

상당수의 가계는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준의 생계비만을 소비에 투입하며 나머지는 채권자와 채권추심산업체에 이전한다. 기업은 위축을 겪고 한계기업은 도산한다. 해마다 갱신되는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중소기업 도산은 우리가 이런 상황에 와 있음을 뜻한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가계부채 상환을 위해 국민연금을 빼 낼 수 있게 하고 소상인에게 소액 대출을 해 주겠다는 황당한 대책을 정부가 내 놓았겠는가.


저소득층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을 헐어내면 현재의 채권추심자들의 이익을 위해 이들의 노후 대책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며 다음 세대의 젊은이에게 사회보장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자는 몰락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계자영업자 군을 추가하는 것은 무한경쟁을 더 심화시키고 멀쩡한 자영업자까지 몰락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는 가계부채를 줄이는 직접적 방법 외에는 발본적 해결은 있을 수 없다.

채권자도 채무자도 손실을 겪게 해 경제적 실패의 결과를 내부화하는 '파산절차'는 민사법적 채권.채무 상태를 경제적 현실에 맞게 조정해 가계의 강제저축을 줄이고 소비지출을 다시 늘릴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파산에 이른 가계가 빚을 면해 준다고 갑자기 부자가 될 수 없다. 결국은 소비를 할 것이고 그 중 대다수는 또 다시 빚을 지게 되고 어쩌면 영원히 빚을 갚게 될 을 것이다.

제3자 추심인의 무도한 행위가 소비자의 자살과 이혼의 원인이 되는 예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규제하는 공정채권추심법도 결과적으로 부실채권의 소매거래를 가능하게 해줘 경제가 선순환으로 복귀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파산법의 개혁과 공정채권추심법의 제정에 기대를 가져본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