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투신, 어려울 때 나서라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9.05 11:25

미래에셋 주식비중 89% 불과… '보수적 대응'에 부정적 평가

투신권(자산운용사)이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며 증시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5일 코스피지수가 미국증시의 급락 등 요인으로 장중 1400선이 또다시 무너졌지만 투신권은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투신은 9월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주식을 순매도했다. '9월 위기설'이 퍼지며 증시와 환율, 채권 등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는 와중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매도우위를 지속중이다.

투신은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51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지난 5월 16일부터 23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4달만에 최다 연속 매도우위다.

앞선 연속 순매도 때와 비교하면 증시가 약세에 허덕일 때 일격을 날리는 셈이다. 지난 5월의 투신권 순매도 때도 코스피가 장중 1900선을 찍고 가파르게 내리막을 걷던 시기다.

'공포에 질리지 말자'고 시장에는 요구해놓고 정작 자신들은 서둘러 공포에 질려 주식을 팔아치우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것이다.

5일 코스피지수가 근근히 1400선을 웃돌며 연명하는 데는 투신과 반대로 현 시점을 매수적기로 생각하고 '사자'에 돌입한 연기금의 힘이 크다.

연기금은 연일 팔아치우는 투신과 달리 5거래일간 8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수급 주체로 부각되고 있다.

주요 자산운용사는 최근 펀드편입지중을 급격히 낮춘 상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비교가능한 국내운용사 38개의 지난 2일 기준 펀드편입비중(현물기준)은 90.72%이다. 올들어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 5월19일(18일 종가기준) 주식편입비중은 93.75%이다. 코스피지수는 당시 19일 장중 1900선을 넘는 등 올해 고점을 찍었다. 이후 내리막을 걸으면서 투신도 주식비중을 낮춰온 셈이다.

운용사 전체 평균적으로 주식편입비중을 살펴보면 3.0%포인트 가량밖에 낮추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개별 운용사로 들어가면 차이가 크다. 국내주식형펀드의 최강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월19일 현물기준 주식편입비가 93.99%였지만 지난 2일에는 89.26%로 80%대로 내려앉았다.

유진투자운용은 80%, 교보투신운용은 82%선까지 낮춰진 상태다. 38개 운용사 가운데 주식편입비중이 80%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운용사는 10개로 집계됐다.


개별펀드를 살펴보면 설정액 1000억원 이상 주요 4개사(미래에셋, 삼성투신, 하나UBS,한국운용) 펀드 47개 가운데 주식편입비중(현물기준)이 80%대로 낮아진 펀드는 26개로 절반이 넘는다.

특히 미래에셋계열 펀드는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 등 주력펀드들이 80%대의 주식편입비를 유지하고 있다. 인디펜던스주식형K- 3Class A은 주식편입비중이 84.71%까지 떨어졌다.

투신의 이같은 소극적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불안한 글로벌 장세와 환매에 대한 불안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과 주식펀드의 자금성격이 달라 적극적으로 증시에 뛰어들 수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은 장기자금이기 때문에 1400선에서 적극 나설 수 있지만 펀드는 짧게는 3개월만에도 자금이 나갈 수 있다. 때문에 투신자금은 현재 인플레압력은 둔화됐지만 나머지 글로벌 경기상황이 부정적인 부분이 큰 마당에 과감하게 주식을 사모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사모펀드도 일부 손절매가 나오는 것도 같고 환매압력도 대비해야하는 압박감 속에서 투신들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매 못하는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투신권은 아직 지상이 '바닥신호'를 보이는 기미가 없기 때문에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또다른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글로벌 경기를 들여다보면 현재 국내주식이 과연 싸다고 할 여력이 있을 지 의문"이라며 "환매압력도 무시못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펀드는 지난 8월부터 설정액이 순감으로 돌아섰고 국내펀드도 대형펀드부터 환매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글로벌 펀더멘털이 아직 돌아선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는데다 바닥이라는 확신도 약해 과감하게 시장에 뛰어들 여건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악화될 것만 예상하고 '궁지에 몰린 쥐'처럼 투신들이 두려움만 느끼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신들이 환매압박이나 글로벌경기 개산에 대한 부정적 의견으로 움츠러들고 있지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장이 좋을 때는 펀드 가입하라고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장이 좋지 않아지면서 태도가 180도 바뀐 점은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려울 때 공격적인 투자를 생각하고, 경제가 좋을 때 어려움을 생각한다'던 한 운용사의 광고문안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복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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