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고유가시대 생존법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 2008.09.04 12:11
며칠 전 방학을 끝내고 파리를 경유해 미국의 대학원으로 돌아가는 딸을 배웅하러 인천공항을 갔다가 곤혹을 치뤘다.

외국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에서 항공기내로 가지고 들어가는 휴대수화물의 무게를 측정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외국 여행 기회가 많은 편이고 더구나 3주 전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미국을 다녀 온 필자로서는 한 번도 휴대수화물의 무게를 측정하겠다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었기에 그냥 귓가로 흘리고 아침 식사를 한 후 보안검색대로 향했다.

그런데 정말 휴대수화물의 무게를 측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랩탑을 제외하고 8킬로그램을 초과하면 안 되는데 딸아이의 휴대수화물의 무게는 12킬로그램 쯤 되었다.

아무리 사정해도 되지 않아 다시 체크인 카운터로 와 물어 보니 두 번째 수화물을 부칠 경우 킬로그램 당 30유로를 내야 한다니 수화물 하나 추가하면 57만 여원을 추가 부담해 할 형편이었다.

비행요금을 절약하려고 최근 취항한 외국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거의 비행요금에 육박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니. 결국 시간에 쫓기면서 우리 부녀는 짐을 빼 내어 간신히 제한 무게를 맞추었고 딸아이는 아슬아슬하게 출국할 수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항공사들도 고유가를 이겨내기 위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동안 고객에게 제공했던 각종 서비스를 줄이는 것도 그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기존에 받던 서비스가 없어지면 그 상황을 이해는 하면서도 더욱 더 큰 실망을 하기 마련이다. 일종의 금단현상이라 할까. 더구나 아무런 사전에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지 않고 별안간 서비스를 줄이면 더욱 더 큰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규정이 싫으면 타지 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서 기내 제공 서비스를 감축하는 등 서비스를 줄이는 소극적 자세만이 과연 적절한 고유가 대처법일까.
 
고유가 등과 같은 위기가 기업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힘들면 피하지 말고 즐기라는 말처럼 고유가라는 어려움이 피부에 가하는 느낌을 즐기면서 헤엄쳐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기업 자체의 원가절감 노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줄이기보다 부가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내는 적극적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항공사의 경우 기내면세품 판매 촉진, 특별운송 기회의 확대, 지상사업과의 폭넓은 연계 등과 같은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가 과문한지 모르지만 여러 나라를 다녀 보았어도 인천공항처럼 보안검색대 앞에서 모든 여행객을 대상으로 휴대수화물의 무게를 측정하는 공항을 보지 못 하였다. 항공사의 측정 비용도 줄이고 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그러한 일괄적 측정행위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일종의 담합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있다. 수 많은 항공사들이 어떻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제한을 가할 수 있는지 서로 합의를 하지 않은 이상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편리성은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괄적으로 측정하게 되면 각 항공사가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혹은 경쟁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무게를 초과하였다 하더라도 고객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함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더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자그마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고유가 시대 기업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줄임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기 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존의 서비스를 더 강화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적극적 방안을 모색하여야 함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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