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수난시대…자금·인력 이탈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09.03 18:14
헤지펀드가 고난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름난 헤지펀드들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채 잇따라 청산되는가 하면 오랫동안 최고의 직업군으로 군림해왔던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업계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던 대형 헤지펀드들이 수익률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인출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며 올해가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타델인베스트먼트의 켄 그리핀이 운용하는 대형 펀드가 올 들어 6%의 손실을 입어 14년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등 헤지펀드들에겐 올해가 헤지펀드리서치가 자료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래 최악의 해가 될 전망이다.

주가 폭락과 신용경색으로 인한 변동성 장세에서 헤지펀드는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지난 1분기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7월까지 평균 -3.54%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수익률 악화·자금회수 압박…유명 헤지펀드도 잇따라 청산
수익률 악화와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는 헤지펀드의 청산으로 이어졌다. 유명 운용사들의 대표 헤지펀드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스는 헤지펀드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지난 1분기 약 170개의 펀드가 폐쇄돼 138개가 사라졌던 지난해보다 헤지펀드의 청산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다음달 발표될 2분기 통계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스프레이 매니지먼트가 운용하는 최대 규모 헤지펀드는 올들어 무려 38%의 손실을 기록해 청산될 예정이다. 8월초 28억달러 규모로 상품에 투자해왔던 이 펀드는 지난 7월 원유, 밀, 천연가스 등 상품가격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이로써 오스프레이는 운용규모가 40억달러 수준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지분인수 협의중인 리먼브러더스 역시 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

기술적투자자로 유명한 댄 벤튼(Dan Benton) 역시 운용중인 펀드를 10월에 폐쇄할 계획이다.


CNBC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앵커였던 론 인사나(Ron Insana)는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넓은 인맥을 활용해 가장 유명한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사업을 벌였지만 지난달 더이상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고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앞서 부실채권 처리 전문인 턴베리자산운용의 헤드 제프 도브(Jeff Dobbs)가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요청에 시달린 뒤 회사를 청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과보수 20%' 옛 말…중년에 '명퇴'하는 매니저들
뉴욕타임스는 "다수의 매니저들이 주가가 하락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했지만 갈수록 '숏'(매도) 포지션에 배팅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점점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게 됐다"며 "기대수익이 감소하면서 '대박'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업계에 수천명의 유능한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을 끌어들였던 이익의 20%에 달하는 성과수수료는 그림의 떡이 됐다. 수익에만 부과될 뿐 손실에는 성과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헤지펀드 업계를 떠나는 매니저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중년에 은퇴를 준비중인 매니저들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투자자문사 알파캐피탈의 설립자인 브래드 앨포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숫자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원하는대로 흐름이 전개되지 않고 있다"며 "산업의 재편이 이뤄져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양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크릭캐피탈의 마이크 헤네시는 "사람들이 인생은 짧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지금이 그만둘 때라는 걸 확신하고 있다"며 "헤지펀드들이 아무리 넘치는 에너지를 가졌다고 해도 단지 인간일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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