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아닌 强달러가 원인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9.04 07:23

[위기설 이슈 점검 3] 환율 급등

- 원/달러 환율 급등, 글로벌 강달러 탓
- 외환보유액 11년새 10배 이상 증가
- 경상수지 적자, 개선 가능성

"경상수지 적자에 외환보유액은 줄고, 외채는 늘고,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고"

요즘 상황이 11년 전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하게 돌아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핏 보기엔 비슷하다. 외환위기 당시 경상수지 누적적자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외채에 미스매치(만기 불일치)가 생기면서 환율이 급등했음을 고려하면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외환보유액은 11년 전의 10배 이상으로 불어났고, 경상수지 적자도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환율 급등 역시 원화값 하락이 아닌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 환율 왜 뛰나?= 외환위기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추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강달러'가 환율 상승의 원인이다.

미국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빚어지면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달러화 자산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연일 팔아치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증시와 원유선물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도 달러화 자산으로 몰렸다. 게다가 유로지역의 경기가 미국보다 더 나쁘다고 인식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값이 크게 뛰었다.

실제로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는 것은 원화만이 아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달 4일 이후 한달동안 11%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국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 가치도 미 달러화 대비 약 10% 하락했다. 유로화도 달러화 대비 6∼7% 평가절하됐다. 최근 환율 급등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 외환보유액 안 모자라나?= 지난달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432억달러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인 3개월치 경상지급액은 1400억달러다. 이와 비교하면 1000억달러가 더 많은 셈이다.

이는 외환위기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말에는 외환보유액이 약 200억달러였다. 반면 당시 3개월치 경상지급액은 450억달러였다. 150억달러가 부족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채 증가를 근거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편다. 외환보유액 대비 1년내 갚아야 할 유동외채의 비율은 지난해말 76%에서 올 6월말 86%로 높아졌다. 외채가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외환보유액이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그러나 외채가 한꺼번에 이탈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외채의 대부분은 기업이나 은행 등 민간에서 갚아야 할 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 경상수지 적자 괜찮나?= 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이 경상수지 적자였다. 1994∼1997년 무려 440억달러의 경상수지가 누적됐다.

그런데 경상수지가 올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1∼7월 78억달러의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났고, 올해 전체로 약 100억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만약 내년, 내후년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쌓인다면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올들어 발생한 경상수지 적자의 상당부분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단가 상승 때문이었다. 최근 유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었음을 고려하면 경상수지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으로 미국 등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둔화가 전망되지만, 내수침체로 인한 수입감소도 마찬가지로 예상된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올 연말부터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무역수지가 다소 개선될 것"이라며 "4분기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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