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 '액티브X'에 발목잡히나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08.09.03 16:01

[구글 '크롬' 사용기]인터넷뱅킹·전자민원 사이트 접속불가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익스플로러(IE)의 강력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구글의 오픈소스 웹브라우저 '크롬'. 3일 공개된 크롬 한글판 베타버전은 구글이 예고한대로 디자인이 군더더기없이 깔끔했다. 또 IE에 비해 웹브라우징 속도도 빨랐다.

그러나 액티브X가 지원되지 않아 인터넷뱅킹, 전자민원, 포털 보안 로그인 등 주요 웹서비스가 작동되지 않는 등 현재 상당수 국내 웹사이트와는 적잖은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크롬, 단순하지만 빠르다

3일 정식으로 선보인 크롬 한글판 베타 프로그램은 마치 구글 검색창과 같이 단순하면서 깔끔했다. 브라우저 상단에 주소창 양옆으로 이전화면, 다음화면, 탭, 도구 아이콘이 전부다.

반면, 웹페이지를 여는 속도는 IE에 비해 훨씬 빨랐다. 'V8'이라는 구글의 자바스크립트 엔진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브라우저를 종료한 뒤 재접속할 경우, 그동안 자주 방문했던 페이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기능도 편리했다. 가령, 자주 방문한 웹사이트나 검색기록 등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페이지창에서 '스크릿 창'을 설정하기만 문제가 되지않는다.

안전성도 뛰어난 편. 각각의 탭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다보니, 하나의 탭에서 오류가 나더라도 한꺼번에 브라우저가 죽지 않는다. PC에 띄어놓은 인터넷 창 하나만 오류가 발생하도 브라우저 전체가 다운되는 IE와는 확연히 달랐다.

보안기능도 돋보였다. 실제 악성코드 유포 웹사이트에 접속해봤더니 웹페이지가 열리는 대신 큼지막한 사용자 경보창이 떴다. 구글 검색창의 악성코드 유포 알림 서비스와 연동해 웹브라우저에서 자동 차단하는 식이다.

◇인터넷뱅킹 등 주요 인터넷 서비스 호환 안돼

문제는 MS IE 환경에만 최적화된 상당수 국내 웹사이트들과 호환이 안된다는 것.


실제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본 결과, 레이아웃이 깨지는 등 웹페이지 호환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로그인 과정에서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이나 배경음악 등이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MS IE 웹브라우저에서만 지원되는 액티브 X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대부분의 인터넷뱅킹사이트도 이같은 문제로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일부 시중은행 홈페이지에서는 'OS가 한글판이 아니다', '국가를 한국으로 설정하라'는 전혀 엉뚱한 경고창이 뜬다. 이는 이번에 공개된 크롬이 베타판이다보니 버그도 일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통합전자민원 서비스(www.egov.go.kr)도 마찬가지다. '맥킨토시 사용자를 위한 컨트롤을 설치해야한다'는 전혀 엉뚱한 메시지만 뜬 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처럼 크롬이 국내 주요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서 충돌하는 이유는 사실 구글 크롬 보다는 액티브X 프로그램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국내 웹사이트 개발환경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전자민원, 인터넷뱅킹, 전자거래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 상당수가 IE에서만 지원되는 액티브X를 통해서 구현돼 있다보니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 非MS 브라우저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 유독 한국에서 MS IE 점유율이 높은 이유다.

이처럼 MS IE에 최적화된 웹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구글 크롬 역시 파이어폭스의 전철을 밟게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구글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한국인 엔지니어가 액티브X를 사용하는 웹사이트로 구성된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액티브X를 사용하는 한국인 사용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액티브X 기능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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