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세훈아파트'와 신혼부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8.09.05 16:42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은 정말 그림의 떡입니다."

지난달 처음 공급된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청약한 김지철(가명, 33세)씨의 말이다. 김 씨는 지난 2006년 결혼과 동시에 전셋집을 마련, 2년 계약기간을 거의 채웠다.

그는 이사 갈 집을 찾던 중 은평뉴타운에 59㎡(전용면적)의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공급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하지만 58대1이 넘는 경쟁률을 확인한 후 일찌감치 다른 전셋집을 찾았다.

지난 8월 서울 은평뉴타운에 처음 등장한 신혼부부용 시프트에는 김 씨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이 무려 58대1을 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이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9857만원으로 서울 시내 웬만한 새 아파트(전용 59㎡)의 전세가격보다 5000만~1억원 정도 저렴했다.

서울시가 주변 전세시세의 70~80%만 내고 20년까지 살 수 있는 이른바 '오세훈아파트'(시프트)를 신혼부부들에게도 선보였지만, 이들에게는 김 씨 말처럼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공급가구 수가 단 6가구였기 때문.


문제는 앞으로도 이 아파트가 많이 공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신혼부부용 시프트는 '주택공급에 관한 기준'이 적용돼 시 산하 SH공사가 건설하는 새 아파트에만 일정 비율로 공급된다. 서울 시내에 SH공사가 지을 수 있는 새 아파트는 한계가 있고, 그곳에 공급되는 시프트 물량 역시 미미할 수밖에 없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을 적용받는 재건축단지에는 신혼부부용 시프트가 공급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법이 개정돼야만 주거환경이 좋은 재건축 단지에 신혼부부용 시프트가 공급될 수 있다. 신혼부부용 시프트가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시 근로자들의 소득 대부분이 주택마련 비용으로 들어가는 현실에서 '오세훈아파트'를 찾는 신혼부부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신혼부부들의 집 문제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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