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철야근무 폐지' 파급 효과는?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8.09.03 16:33

근무패턴·생산량·협력업체 경영 등 직간접 영향… 노사 "파급 최소화"

현대자동차가 내년 9월부터 밤샘근무를 없앤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일 기존의 주야 2교대(주간 10시간+야간 10시간) 근무를 없애는 대신 '오전 8시간+오후 9시간'의 새로운 근무체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근로자들은 오전조는 아침 6시30분에 출근해 오후 3시10분까지 일하고(식사·휴식시간 제외), 오후조는 오후 3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2시50분까지 일을 하게 된다. 현재는 주간조(오전 8시~오후 8시)와 야간조(오후 9시~다음달 오전 8시)가 10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같은 새 근무형태 도입은 단순히 현대차 근로자들이 철야근무를 하지 않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근무시간이 3시간 줄어드는데 따른 임금과 생산물량의 변화, 출퇴근 패턴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생활형태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를 정점으로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경영에도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적게 일하고, 돈은 똑같이 받는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에 주간 2교대를 도입하더라도 생산물량과 임금을 지금처럼 보전해 주기로 합의했다. 근무시간이 3시간 줄어드는데도 기존 주야 10시간 근무 때와 똑같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임금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근무시간이 3시간 줄어들면 생산량이 약 18만7000대 감소하게 된다. 현대차는 그러나 기존 생산시설을 보완하는 한편 공장별 물량을 조절하고 인원배치를 좀 더 탄력적으로 가져가면 충분히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한사람이 한시간 동안 일한 작업량(맨아워·M/H)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 다양한 생산성 확보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물량만 지금처럼 맞춰준다면 임금은 자연스럽게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며 "가장 큰 관건은 일거리가 밀려 바쁜 생산라인과 상대적으로 일감이 적은 생산라인에 근로자들을 탄력적으로 투입(전환배치)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이같은 전환배치를 하려면 사실상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현대차 노사는 앞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시설투자 확대와 생산라인별 근로자들의 근무강도 등을 놓고 또 한차례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 근무시스템도 '지각변동'?=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그동안 주간 2교대 실시의 연기를 강력하게 요청해 왔다. 주간근무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당연히 자신들의 일감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차의 새 근로시스템에 맞춰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변경하거나 시설투자를 늘려야 하는 문제도 있다. 바뀌는 현대차의 생산라인에 맞춰 협력업체들도 작업환경을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생산물량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협력업체들이 우려하는 생산량 축소에 따른 매출감소나 수익악화 등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간 2교대로 인한 시설보완 등의 필요성을 감안해 시행시기를 당초 내년 1월에서 9월로 미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노사는 물론 부품업체 노사까지 참여하는 ‘자동차산업 교대제 개선위원회’ 구성, 자동차 산업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비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생산성 증대 및 임금, 고용안정 확보 노력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세부 시행사안 놓고 '동상이몽'?= 현대차 노사는 이처럼 '적게 일하고도 생산량도 맞추고, 임금도 그대로 받고, 협력업체들의 피해도 별로 없는' 이상적인(?) 주간 2교대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세부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사측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자들의 배치를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측은 "일단 시설투자부터 해서 생산라인을 선진화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신차가 만들어지거나 생산라인 변동이 생길 때마다 물량조정과 인원배치를 유연성 있게 해야 하는데 근로자들이 모두 이를 수용할 지도 미지수다. 이번 잠정합의에 끝까지 반대해 온 일부 강성계파들이 시행을 목전에 두고 또 다시 반발할 지도 모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간 물량이동과 인원배치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야만 생산라인 불균형에 따른 조합원간 임금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