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 풀 묘수를 찾아라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2008.09.19 04:00

[머니위크 청계광장]

최근 자금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도 불안하고 경상수지가 7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7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80억달러에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자본수지도 문제다. 7월까지의 자본수지는 마이너스 6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합쳐서 약 130억여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상수지가 우리 경제에 가진 의미는 각별하다. 1995년 82억달러 적자, 1996년 231억달러 적자 그리고 1997년 다시 86억달러 적자 등 3년 연속 400억달러 정도의 경상수지적자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당했다. 1998년에 금모아 수출하기 30억달러를 포함 400억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외환위기 탈출의 전기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기업들이 200% 부채비율이라는 경직적 기준을 맞추느라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고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신규사업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하던 과거와는 달리 리스크를 관리 내지는 회피하는 데 주력하면서 결국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기획전략통보다는 재무통들이 기업의 핵심의사결정 주체들로 자리를 잡으면서 대기업 그룹의 기획조정실은 구조조정본부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그야말로 구조조정에 전념하면서 신규투자는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결국 외환위기 국면 이후 과소투자가 일반화됐고 이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은 상당부분 위축됐다. 1997년 당시 환율정책은 최악이었다. 사상 최대 규모 내지는 전무후무한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환율은 별로 조정되지 않았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외환시장에 강력하게 개입하면서 환율을 800원대에 묶어 놓았고 이로 인해 수출은 억제되고 수입이 장려되면서 경상수지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위기국면에서는 위기방어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부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원화가 국제화 되지 않은 통화이기 때문이라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위기국면에서 원화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는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여부다. 이 두 변수가 탄탄하게 버티어 주면 외국인들은 언제든지 원하는 시점에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 철수할 수가 있고 따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 투자 회수시점에 여유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들이 동시에 한국을 빠져나가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고 한국경제는 약간의 침체를 당하더라도 위기를 당하지 않고 국면을 잘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금시장에 경색이 오고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침착하게 위기국면을 타개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경상수지에 신경을 쓰면서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도하여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이 억제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결국 물가안정만을 내세우면서 위기방어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유가가 하락하여 물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약간의 여유를 찾을 기회가 오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한은을 포함한 정부는 금리인하 등의 조치와 함께 자금유동성에 여유를 줄 수 있도록 유동성 완화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고 감세 등 팽창적 재정정책을 통해 얼어붙은 시장의 심리적 경색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외환부문이 방어되면서 자금시장경색이 일부 완화된다면 당장의 위기국면을 잘 타개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위기국면 이후에 보다 건실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위기국면에 있어서 지나친 동요를 막을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