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우호적으로 바뀌는 증시판세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9.03 08:31

10일 채권만기, 11일 쿼드러플위칭 지나면 상황 종료

미증시가 전강후약을 나타냈다. 다우지수의 경우 개장초 2.14%까지 급등하다가 마이너스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도 1.58%의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8월 마지막 장에 이어 9월 첫 거래일에서도 실망감을 안겨줬다. 1300대로 추락했던 코스피지수가 가까스로 1400선을 회복한 터였기 때문에 뉴욕증시 급등이 절실했는데 기대를 짓밟았다.

그러나 비록 뉴욕지수가 하락했어도 증시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국제유가(WTI) 급락세로 에너지업종과 소재주가 떨어졌을 뿐이다.
장중 105.46달러까지 8.66%나 폭락한 WTI는 분명 글로벌 경기와 증시 전반에 대해 강력한 호재다. 당장은 유가 급락으로 경기둔화 우려감을 떠올리면서 기술주마저 하락했지만 원래 인플레에 가장 민감한 것이 기술주다.

미국 은행업종이 모두 올랐고 존슨앤존슨처럼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종목이 등장한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부분이 아니다. 월마트도 장중 60.99달러까지 상승하며 강력한 저항선으로 여겨지고 있는 60달러선 돌파를 시도했다.

베어마켓 논리로 중무장한 세력은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주가 하락의 빌미를 찾으려하고 있지만 인플레 불안감을 촉발시킨 국제상품가격 앙등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이제 상품가 하락이 경기침체의 표상이라고 부각시키고 있지만 고물가 문제가 사라지면 통화정책에 신축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악재는 소멸되는 셈이다.

최근 코스피증시에서는 기업이 돈을 쓰는 얘기만 나오면 투매가 일고 있다.
전날이 경우도 동부생명이 동부화재를 대상으로 6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동부그룹주가 동반 급락했고, SK그룹이 포스코와 손잡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SK그룹주가 하락했다.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은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틀째 하락했다.

이는 기업활동 중지를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간 M&A가 무조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던 것도 문제였지만 재무적 위험 여부를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기업체의 모든 재무행위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도 크나 큰 오류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걱정하는 것 자체가 걱정거리일 뿐"이라면서 "리스크와 리턴의 비례식을 무시하는 처사는 옳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증시가 기업의 재무적 활동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등하는 것은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0일 만기가 지나가면 모두 사라질 신기루에 불과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 투자자들이 정부의 립서비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금 확보만이 능사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채권 만기가 집중된 10일이 지나고 나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확인된다면 그동안 주가 급락이나 환율 급등에 대한 보상이 주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달러 유동성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을 무역적자 확대로 봤는데 유가하락세를 뒤늦게 반영하는 장기원유 도입단가의 하락분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되면서 모든 우려가 사라질 것으로 낙관했다.

증시 수급상으로는 9조5000억원을 넘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11일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 대기매물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시장 베이시스가 이론 베이시스의 5배까지 폭등하면서 천문학적인 프로그램 순매수를 불러내고 있는데 만기 시점에서는 선물지수가 코스피200 지수에 수렴하기 때문에 결국 베이시스로 기인된 프로그램 순매수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전날 1조1000억원을 넘으면서 사상 두번째로 큰 순매수를 기록한 프로그램에 지속성이 없다면 어떠한 것도 증시를 받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하지만 전날 연중최대규모 순매수에 나선 연기금이 계속해서 증시 방어군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고 외국인의 매매동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비관은 금물이다.

외국인은 개별주식선물 시장에서 최근 3개월간 누적된 순매도를 불과 이틀만에 모두 청산하고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는 공매도 등 숏셀링 전략에 일대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근거로 삼을만한 일이다.

전날 호주는 7년만에 처음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OE)가 금리인하에 동참하면 인플레 우려로 인해 축소되던 글로벌 유동성 문제가 다시 풀릴 수 있다.

이곳 저곳에서 판세가 바뀌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다만 초대형 유조선이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선회반경이 필요한 것처럼 증시가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더라도 좀 더 빠지는 모습이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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