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증권사 "리먼은 산은에 버거운 대상"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동하 기자 | 2008.09.02 11:54

추가부실 규모·경영 능력 미지수 '부정적 견해' 많아

"리먼브라더스의 (인수 예정) 가격이 싼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과연 한국 금융회사가 글로벌 IB(투자은행)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이하 리먼) 인수 추진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2일 산은이 국내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먼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이와 관련 국내은행과 컨소시엄 구성을 고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과연 이 인수추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외국계 증권사 고위 관계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리먼의 주가는 현재 16달러 수준까지 급락한 상태로, 산은이 지분 50% 수준을 인수할 경우 경영 프리미엄을 더해 50억~70억달러 수준의 거래(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 외국계증권사 전무는 "현재 리먼의 주가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으로 인한 익스포저의 경우 실제 살펴보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부상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왜 리먼이 이 같은 처지로 몰렸는지 살펴봐야 하고, 아직 부실이 더 남았는지 두고 일"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설사 M&A가 성공해도 한국식 경영방식으로 리먼을 제대로 키워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리먼이 유지하고 있던 브랜드 가치를 어느 정도 유지할 지, 인력 유출을 어떻게 막을지 등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

B 외국계증권사 전무는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연 한국 금융회사가 리먼 같은 글로벌 IB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겠냐"며 "산은은 그다지 다이나믹한(역동적인)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산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리먼을 인수해 제대로 원격조정할(거느릴) 능력이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수 과정에서 실사를 거친다해도 흑백(명확한 재무구조 파악)이 그대로 나오지 않고, 회색(잠재부실)이 많이 남게 될 것"이라며 "리먼이 산은에 인수될 경우 현 리먼의 자산 규모가 유지된다면 그나마 성공한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먼의 자산 등이 얼마나 줄어들 지 알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부정적인 반응은 국내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싸게 나온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과연 리먼의 부실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산은의 현 역량을 고려할 때 리먼의 부실을 털어내고 글로벌 IB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며 "비록 상당히 '패배주의적 견해'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비판'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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