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協, “정부 약가인하 정책 가혹”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9.02 11:42

청와대에 탄원…"약가인하정책 현실화되면 제약업 붕괴" 우려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가 대통령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합리적인 약가정책을 시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다각도로 약가 인하정책을 펴고 있고, 이에 따른 제약업계의 실적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협회는 2일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제약산업의 순이익률이 평균 7~10%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약가인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중인 의약품 인하정책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제약회사들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감사원과 KDI(한국개발연구원)등이 의약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제약협회의 위기감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원은 최근 건강보험약제비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제네릭(복제약)의 가격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KDI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만큼 선진국 수준에 맞게 낮춰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제약협회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현실화돼 약가가 30~40% 인하되면 국내 제약사들은 퇴출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제약산업이 붕괴되면 제약산업에 종사자 7만여명과 수십만명의 부양가족의 생계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약가인하 정책의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제네릭의 경우, 순기능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 제약협회의 입장이다. 제네릭의약품이 발매되면 독과점적시장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를 인하하게 돼 건강보험재정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제약업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약협회는 “국내 제약사가 망하고 제네릭 의약품이 없어지면 고가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시장을 장악하게 돼 보험재정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며 “동남아 국가가 자국 제약산업을 포기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고가로 구입하는 실정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만큼 산업에 대한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제약협회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제약업체들이 적정한 이윤 창출을 통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약가인하가 강도높게 진행될 경우 제약업이 차세대 성장산업이 되기는커녕 존립 자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탄원서 전문이다.

  <탄원서> 전문
선진한국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으신 이명박 대통령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2007년 초 참여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 시행으로 제약업계는 감내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약가정책이 시행되도록 도와주실 것을 간청하고자 이 탄원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약업계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정책은 ‘경제성평가를 통한 보험용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입니다. 예를 들면 고혈압치료제 의약품 ‘가’, ‘나’, ‘다’, ‘라’의 경제성을 평가하여 ‘비용효과적인 약물’로 의약품 ‘다’를 선정하고 ‘가’, ‘나’, ‘라’ 의약품은 보험의약품 등재에서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경제성평가 방식을 행정행위에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예측가능성과 명확성이 심히 훼손되는 등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일본, 스위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독일 등의 주요 제약선진국들도 이미 등재된 의약품을 평가하는데 있어 ‘경제성평가’를 기준으로 삼아 급여여부나 가격인하를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사회주의적 국가인 스웨덴만이 경제성평가를 통해 기등재의약품의 급여여부 및 가격인하 정책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보험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이 약가인하만을 목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험적용에서 제외되는 의약품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아니면 약값을 평균 30%~40% 인하하면서 보험의약품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약산업의 순이익률이 평균 7%~1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 가혹한 처사입니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에 부응하여 KDI(한국개발연구원)는 국산의약품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감사원에서도 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네릭의약품의 가격을 단일가격으로 인하할 것을 주문함으로써 제네릭 산업 위주의 국내 제약산업은 고립무원의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모든 보험등재의약품의 목록정비를 통하여 보험약가를 전체적으로 30%~40% 인하하려는 목표나,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낮은 수준에서 단일화하자는 제안들이 현실화 되면 많은 국내 제약회사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로 인해 12조원의 제약산업에 종사하는 7만여 명의 제약인 중 수만의 실업자와 수십만의 부양가족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국내 제약회사들이 더 먼저 문을 닫음으로써 그동안 고가 오리지널의약품을 대체하는 중저가 제네릭 의약품도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제네릭 의약품이 발매되면 독과점적시장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를 인하하게 되고(제네릭 발매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100원에서 80원으로 인하됨), 또한 제네릭 의약품도 원래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68% 수준에서 발매됨으로써 제네릭 의약품의 경제적 가치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네릭 의약품이 없어지면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이 시장을 크게 잠식함으로써 보험재정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입니다. 동남아 지역 국민들의 경우 자국 제약산업이 발전하지 못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고가로 구입해야하는 실정을 교훈 삼아야 합니다.

건강보험의 동반자인 국내 제약산업이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장기적 재정안정을 기하는데 뒷받침이 됩니다. 제약업계는 한ㆍ미 FTA, 한-EU FTA 등 개방시대에 대비하여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다방면에서 진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07년 초부터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공정거래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의약품 거래의 대가성이 있는 병원기부금, 의약단체 행사지원 등을 일체금지하고 있으며, 국ㆍ내외학회 지원은 공인된 제3자를 통하는 지정기탁제를 강도높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cGMP(선진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 시설투자에 지난해부터 65개 기업이 약 2조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 비율을 최근에는 6%까지 높였으며 2012년에 10%까지 제고할 계획입니다. 또한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바이오를 포함한 제약산업은 IT를 잇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투자가 이뤄지려면 적정이익 창출과 투자를 위한 일정 수준의 경상이익이 필요합니다. 건강보험재정 악화를 해소하기 위한 지나친 약가인하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어 제약산업의 미래가 너무나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21세기 성장동력산업의 일환으로 바이오제약산업을 육성하기는 커녕 그 존립자체를 우려해야 할 처지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성평가를 통한 보험용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일단 중단하고 제약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험재정과 제약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약가조정 정책이 시행되도록 도와주실 것을 간절히 탄원합니다.

복잡다단한 국정에 여념이 없으시겠지만 한번만이라도 제약업계의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거듭 부탁드립니다.

2008년 8월 26일
한 국 제 약 협 회
회장 김 정 수 이사장 어 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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