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위기설 과하다"

더벨 김용관 기자 | 2008.09.01 15:00

그룹 재무기반 탄탄...신뢰훼손이 문제

이 기사는 09월01일(13:5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건설 중장비업체 '밥캣'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면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밥캣은 국내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인 51억달러의 인수자금이 투입된 곳. 당시 두산은 글로벌업체로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지만 인수 1년만에 1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키로 하면서 그룹 전체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밥캣의 인수주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이고 두산엔진,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전계열사 주가가 폭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두산그룹의 양호한 재무 상황을 감안할 때 그룹 전체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밥캣의 실적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근본적인 배경은 지난해 인수한 밥캣의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밥캣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서 차입금을 갚아야 하는데, 세계 건설경기 악화로 실적이 나빠지자 두산이 대신 돈을 갚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밥캣의 실적만 개선된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인수한 사업에서 현금을 창출해 차입에 따른 레버리지를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흐름이 악화되면서 예상보다 밥캣의 EBITDA(에비타: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공제하기 이전의 이익)가 많이 안나왔다"며 "당초 두산은 밥캣을 인수하면서 연간 5000억원 정도의 EBITDA를 기대했지만 실제론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고 지적했다.

밥캣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밥캣의 주력시장인 유럽의 건설 경기 침체는 올 상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건설기계업체들도 향후 2~3년간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두산그룹의 추가 증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계속해서 돈을 대신 갚을 경우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룹 재무상태 양호...EBITDA 부족분 자금 투입

두산측은 이에 대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너지 효과 및 구조조정에 힘입어 밥캣의 실적이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측이 추정한 DII(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밥캣을 인수하면서 만든 해외계열사)의 내년도 EBITDA는 3억7000만달러, 2012년 8억3500만달러.

설사 실적 부진이 이어지더라도 추가 증자가 아닌 EBITDA 부족분을 현금으로 채워넣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시장이 우려하는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현재 DII의 차입금이 29억달러, 올해 예상 EBITDA가 3억1000만달러이기 때문에 차입금 대비 EBITDA를 7배로 맞추기 위해 약정 에비타가 4억1400만달러를 유지해야 한다.

두산측은 "따라서 분자인 차입금을 EBITDA의 7배인 21억 달러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분모인 EBITDA에 1억1400만달러(약 1000억원)를 재무적으로 투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두산측은 특히 "지난해 DII 설립시 두산인프라코어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대비해 DII에 차입인수(LBO) 대출을 과다하게 계상했었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감축시킴으로써 이자 부담이 종전보다 75bp 가량 줄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체 그룹의 재무 상황을 감안할 경우 1000억원 정도의 금액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증권업계에선 평가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재무제표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미래에셋증권>

금융감독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전체 이자보상비율은 5.98배, 순차입금비율은 112%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 사태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비율은 105%, 이자보상비율은 10.57배로 상당히 양호한 상태. 두산그룹의 주력인 두산중공업 역시 순차입금비율이 93%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다.

양희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재무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두산인프라코어의 출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의 높은 이자보상비율은 양사의 재무리스크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장이 우려하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증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양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은 DII의 차입금 및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설사 추가 출자나 자금 대여가 필요할 경우에도 두산인프라코어가 충분히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뢰회복이 관건

두산그룹 위기설은 근본적으로 밥캣의 경영실적에 달려있지만 시장과의 신뢰관계도 중요하다.

회사측의 갑작스런 증자 계획 발표 등이 신뢰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8일 열린 긴급 투자설명회(IR)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의 불만은 증자 계획이 갑작스럽게 발표됐다는 점에 집중됐다.

정성훈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M&A 후유증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된다는 전망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며 "근본적인 기업가치의 변화 없이 시장의 과도한 우려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주가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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