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 산업계 '비상'…정유·항공 '울상'

산업부 기자 | 2008.09.01 12:03

조선·車 등 수출비중 큰업종 수혜…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달러/원 환율이 3년10개월만에 1100원선을 돌파하면서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수출비중이 큰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등의 업종은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정유와 항공 등 원료 수입 비중이 큰 업종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변동성이 커지면 모든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산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예컨데 환율 수혜를 보는 기업들도 영업이익에는 플러스이지만 외화부채 증가 등으로 영업외손익에서는 마이너스여서 실제 큰 효과는 없다는 것. 또 환율 상승으로 국내 물가가 오르게 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1일 각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폭등하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업종의 경우 환율 상승이 곧바로 손실로 연결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정유, 항공, 철강 등이다. 게다가 이들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환율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정유업계는 환율 상승에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마진 위축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상승 마저 나타나고 있어 순이익 축소 폭이 클 것"이라며 "대규모 환차손이 예상돼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의 대표적인 정유사인 SK에너지GS칼텍스는 환율이 1원 상승할 때 마다 20억원 안팎의 환차손을 입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50원 올랐을 때 환헷지 등을 감안한 3분기 순외화수지는 GS칼텍스의 경우 2437억원, SK에너지 1810억원, 에쓰오일(S-OIL)은 1512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울상이다. 유류비를 달러로 지불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항공기 리스 비용도 달러로 돼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게 된다. 특히 항공사들은 올해 경영계획에서 환율은 920원으로 잡아 비용이 대폭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항공기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외화차입금으로 조달하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하락할 경우 외화환산손실이 증가해 세전이익이 감소하고 연료비와 공항이용료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에서 달러화 수입을 확대하는 식으로 환율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월등히 높아 환율이 오르면 수출할 때 얻는 혜택은 미미한 반면 해외에서 철광석과 고철 등의 원재료를 수입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증가한다.

반면 수출 비중이 큰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업종은 표정관리 중이다. 일단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 LG전자는 7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올 들어 환율이 급등하면서 연초에 잡았던 환율 수준을 900원대 후반으로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지금 환율과는 거의 100원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에도 10원 상승시 12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종도 선박대금의 대부분을 달러로 받고 있어 환율이 오르면 이익도 따라 증가한다. 수출이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에서도 환율 상승이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그럼에도 최근에 급등하고 있는 환율 상승 흐름을 반길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제조비용이 늘어나고 외화부채와 이자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이처럼 급격하게 변동하면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들이 생기고 이 부분이 회사에 영항을 준다"며 "또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경영계획 수립 등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외화 부채와 이자도 같이 증가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꼭 플러스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 수출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제조비용이 늘어나고 외화부채와 이자도 함께 증가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도 "환율 변동성이 크면 해당 업체들의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대외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향후에도 환율 변동이 계속 이어지면 수출업체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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