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를 위한 세제개편 논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9.01 18:38

[2008 세제개편]6억 이상 강남 거주 고소득자면 모든 혜택

이명박 정부는 '9·1 세제개편'의 핵심이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상속세 등의 감세 혜택이 소위 '강부자'(강남 부자)로 불리는 일부 부유층에게 집중되면서 '강부자 용 세제개편'이란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촛불 정국'을 겪는 등 이런 비판이 제기될 것임을 모를리 없는 정부가 작심하고 우편향적으로 세금구조를 뜯어고친 흔적도 역력하다.

세제정책이야말로 정권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난다는 점에서 우파 정권을 자처한 이명박 정부의 본색이 이번 세제개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세제개편을 진두지휘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위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도 그렇게 보려고 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정색하고 답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부자'면 모든 혜택

당초 이번 세제개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가 포함된 상속세는 전체 사망자의 0.7%만 내는 대표적인 '부자세금'이다. 또 땀흘려 일해서 번 소득이 아닌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불로소득'이라는 점에서 상속세에 고세율을 물리는 것에 대한 국민정서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며 상속재산이 30억원이 넘을 경우 그 재산의 50%를 세금으로 내던 것을 33%로 깎아줬다. 부모에게서 30억원 이상을 물려받을 수 있는 이들은 사실상 재벌급 2·3세 아니면 불가능하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가 상속세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역시 전체 가구의 2%만이 해당되는 종부세도 세부담 상한폭을 300%에서 150%로 대폭 낮춰주고, 과표적용률도 지난해(80%) 수준으로 동결해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혜택을 베풀었다.

1가구1주택자라도 양도세가 부과되는 고가주택 기준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종전 2년에서 3년으로 늘린 것의 수혜도 장기보유자가 태반인 강남권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방향으로의 세법 개정을 "불합리한 조세계체를 개선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부유층 시각으로 볼 때는 타당할 수 있지만 '그림의 떡'에 불과한 대다수 국민들 눈높이에서 보자면 상실감을 진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소득세 경감도 고소득자 유리

그나마 일반 국민들이 세제개편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게 소득세 인하다. 소득세는 각 구간별로 2%포인트씩을 인하했다. 퍼센테이지만 보자면 저소득층의 인하폭이 크다.

최저과표구간의 세율이 8%에서 6%로 내려가 25%의 세율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25%에서 23%로 내린 최고과표구간 세율은 5.7%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이 점을 근거로 정부는 중·저소득층에게 유리한 구조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10년 4인가구 기준 1억원 연봉자는 172만원의 소득세가 경감되지만 연봉 2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소득세는 5만원만 줄어든다. 게다가 근로자의 절반인 50.4%는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세 인하의 혜택도 고소득자가 특히 유리하게 돼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소득세도 내지 못할만큼의 저임금자는 소득세수가 감소한만큼 돌아오는 사회복지 혜택도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세제개편의 피해계층이 된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가 '조삼모사'식으로 소득세 인하 퍼센테이지를 앞세우고, 인하금액은 뒤로 감추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단순화해서 말하면 이번 세제개편으로 많은 득을 보게 되는 이들은 강남권에 살면서 6억원 이상 주택을 가진 고소득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랫목론' 실제 효과는?

정부가 비판여론을 뒤로 하고 부유층에게 유리한 세제개편안을 밀어붙인 배경은 '아랫목'론이다. 상위계층의 세금부담을 낮춰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면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는 논리로, "아랫목이 따뜻해져야 윗목도 따뜻해진다"는 얘기다.

강만수 장관은 "세금을 낮춰서 일자리를 만드는게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내세웠던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동반 성장' 개념의 공식적인 폐기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선 성장, 후 복지' 개념의 경제·사회정책을 보다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경제성장을 위해 겪어야할 '성장통'으로 치부돼 의도적으로 무시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항구적으로 연간 10조6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감소되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경제적 효과가 정부가 바라는대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특히 상속세와 종부세 완화가 경제상승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실측된 자료는 없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 산업구조 재편으로 '고용없는 성장'이 일반화된 여건에서 이번 세재개편만으로 5년후 18만명의 추가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도 법인세를 내렸지만 투자와 고용 효과는 크지 않았고 감세효과가 일부 고소득층에게 집중됐었다"면서 "이제 향후 정부정책을 통해 대규모 감세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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