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구상한 강만수표 '감세개혁'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9.01 15:00

[2008 세제개편안]

-강 장관, "감세땐 경기활성화"··"세수는 안 줄어"
-전문가, 일본은 감세에도 경기회복 실패
-미국은 감세로 재정적자 확대 그늘도

"이번은 세제'개편'안이 아니라 세제'개혁'안입니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세제실장 내정자)의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 지난 10년간 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뿐 아니라 상속·증여세까지 세율을 한꺼번에 인하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는 이를 모두 담고도 종합부동산세의 사실상 완화, 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 목적세의 대규모 정비까지 포함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사실상의 '감세개혁안'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 10년의 구상 '감세개혁'= '감세론자'인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이번 감세개혁을 주도했다.

대개 세제는 재정부 내에서도 전문분야로 통해 세제실의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주요 세제에 대해서는 강 장관이 자신의 구상을 제시하고 세제실은 이를 현실적으로 설계하는 식이었다. 소득세, 양도세, 상속·증여세 인하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장관과 세제실 사이에 이견도 일부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수 현 세제실장이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사에 내정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개 세제실장은 최소 1년간 자리를 유지하며 세제개편안 마련과 연말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까지 책임지는 것이 관행이다.

강 장관으로서는 10년간의 야인생활 동안 구상해온 자신의 감세정책을 이번에 대부분 정책화하며 사실상 '한'을 푼 셈이다. 강 장관 스스로도 "현재 재정여건 아래에서는 평소에 생각한 것을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 강만수의 소신= 강 장관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는 지난 10년간 사실상의 '증세'가 이뤄지면서 세금이 경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해왔다고 보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10여년간 우리 세제는 사회복지지출 확대를 위해 조세부담률을 지속적으로 높이는데 주력해왔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 저하를 가져온 현행 조세제도의 문제점은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감세'는 곧 '경제활력 제고'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소신이다. 강 장관은 "한국은행은 지난해 세금 14조원이 추가로 안 걷혔다면 국내총생산(GDP)가 1%포인트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한다"며 "미국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저세율정책에 의해 클린턴 전 대통령 때 10년 호황이 왔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다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또 감세를 하더라도 세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2002년 소득세, 2005년 법인세 인하 뒤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세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예상되는 상속·증여세율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1996년 상속세율을 50%에서 40%로, 증여세율을 55%에서 40%로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1997년에는 조세회피 행위가 줄면서 상속·증여세수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 감세 효과는?= 그러나 감세가 반드시 경제활성화와 세수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조세 전문가는 "이론적으로 감세는 경제주체들의 이윤추구 동기를 자극하고 민간영역을 확대해 경제활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이 감세로도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것처럼 규제완화 등 다른 분야의 뒷받침이 없다면 감세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장기불황' 탈출을 위해 지난 1994년, 1998년, 1999년 3차례에 걸쳐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인하했지만 소비증대 등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었다. '한계소비성향'(1원을 더 벌었을 때 소비로 쓰는 비율)이 낮은 고소득층에게 감세의 혜택이 집중됐기 때문이었다.

이 전문가는 "미국 레이건,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과 일본의 1990년대 감세 모두 장기적인 세수부진으로 재정적자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론적으로 감세는 증세보다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신중히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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