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도 모르는 '루이비통 원가'

백진엽 기자, 박희진 기자, 김희정 기자, 사진=송희진 기자 | 2008.09.01 08:50

[명품의그늘<상>]수입면장 공개 예외



애경이 인수한 분당 삼성플라자는 내년 1월 예정된 '대형행사'를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루이비통 매장 유치에 성공, 매장 오픈에 여념이 없기 때문. 삼성플라자는 127평(419.8m2) 규모의 루이비통 매장을 내년 1월 오픈할 계획이다. 매장 크기가 절반 수준인 인근 신세계 죽전점(65평)은 삼성플라자의 루이비통 유치에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지난 4월 루이비통 매장을 오픈했다. 양욱 대표이사, 루이비통코리아 조현욱 회장, 영화배우 권상우가 총출동, 성대한 오픈식이 열렸다. 지난해엔 현대백화점 목동점, 신세계 죽전점이 루이비통 매장을 오픈했다.

청담동에 있는 루이비통 직영점을 제외하고 백화점에 입점한 루이비통 매장은 2006년 12개, 2007년 14개, 2008년 현재 16개로 늘어났다. 내년 1월엔 삼성플라자도 추가돼 모두 17개가 된다.

이처럼 국내 쇼핑가에 루이비통은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지만 루이비통의 국내 수입 원가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있다. 이태리를 오가며 명품 수입업에 잔뼈가 굵은 한 수입상은 "루이비통의 수입 원가를 알려면 루이비통에 입사하는 길밖에 없다"라고 말할 정도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등 루이비통을 입점시킨 국내 주요 백화점들도 수입원가를 모르긴 마찬가지다. 백화점에 입점할 때 통상 제품의 진위여부 등을 입증하기 위해 납품업체들이 수입원장을 공개하지만, 루이비통은 예외다.

국내 유명 백화점의 명품담당은 "루이비통 수입면장은 바이어들도 못 본다"며 "백화점이야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는 거니까 수입원가를 굳이 볼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추정에 따르면 루이비통 등 명품의 판매가는 수입원가의 2.5~3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품 통관업무를 맡고 있는 관세청도 루이비통의 수입 원가에 대해 함구했다. 관세청은 공공기관의 개인보호에 관한 법률로 인해 특정업체의 수입원가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루이비통 제품은 루이비통코리아에서 독점적으로 수입, 판매하는 만큼 수입원가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 지난 5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90개 품목에 대해 수입원가를 공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자세다.

관세청 관계자는 "당시 수입원가는 몇 개 업체의 수입원가를 평균해서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품 가격안정'이라는 명목을 홍보하기위해 일종의 편법을 동원했다는 뜻이다.


이처럼 수입원가는 철저히 가려져있지만 루이비통의 가격인상은 고무줄이다. 루이비통은 올 들어 가격을 세 번 올렸다. 마지막으로 올린 건 지난 6월5일. 현재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스피디' 가격은 81만원. 올초 72만원에 비해 13% 올랐다. 제2의 지영이백으로 부상, 급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네버풀'도 같은 가격이다.

이에 대해 박주혜 루이비통코리아 이사는 "올해는 유로화가 워낙 강세를 보인 만큼 환율 변동분을 반영해 일부 조절이 있었다"며 "그러나 가격을 정기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아니며 일례로 재작년은 가격변동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루이비통은 또 본사 차원에서 병행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조뿐만 아니라 유통시장까지 관리하기 위해서다. 다른 패션브랜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병행 수입업자도 일반인과 똑같은 조건으로 '직영점'에서 루이비통 백을 구입해야 한다. 에누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루이비통측은 "우리의 품질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직접 판매한다는 것이 브랜드 원칙"이라며 "가격통제라기보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봐야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 백화점은 루이비통을 유치해 큰 덕을 보고 있을까. 수수료 등 수치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임대 수수료는 175억원. 지난해 백화점의 루이비통 매장 수는 총 14개였다. 이를 감안하면 매장당 평균 백화점 임대 수수료는 12억5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06년엔 백화점 매장이 12개로 루이비통코리아가 백화점에 지급한 임대 수수료는 124억원. 매장당 평균 10억3000만원이다.

루이비통 매장 하나에서 백화점이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고작 1년에 10억원에 불과하다. 백화점은 루이비통 등 명품업체에게는 10%대 수수료를 받지만 여성의류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인 34~37%를 받는다. 어떤 백화점은 한 자릿수 수수료를 받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백화점 매출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평당 효율면에서도 루이비통으로 인한 수익은 초라하다. 루이비통 매장은 보통 100~120평 규모로 일반 매장에 비해 3~4배 규모지만, 백화점에 주는 수수료는 평당 1000만원 수준이다. 국내 브랜드인 한섬의 여성복인 '타임'의 평당 수수료인 1300여만원을 밑돈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루이비통은 명품 신드롬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일 뿐이다. 한마디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규모 매장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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