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수지 적자, 외환위기이후 최대
-외인 8월 채권 순매수·외채 성격 달라 "문제 없다"
잠시 주춤했던 '9월 위기설' 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9월이 시작됐다. 경기 하강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위기설은 자체 증식하며 진짜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를 갉아먹는 '복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함을 감지한 정부도 팔을 걷어부치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위기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위기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9월 위기설은 9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외국인 보유 채권 규모가 6조원이나 된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외국인이 채권을 모두 팔아 달러로 회수할 경우 시중금리 상승, 원/달러 환율 급등, 외환보유액 급감 등으로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가정이다.
위기설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이 지난 6~7월에 보유 채권을 집중 매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에서 채권을 365억달러를 순매입했고 올들어서도 5월까지 162억달러를 순매입했으나 6월부터 돌연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의 채권 매도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2분기 실적 부진에 대처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공공 모기지기관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의 부실 우려가 확산되며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이 올들어 주식에 이어 채권마저 순매도하자 7월 자본수지 적자 규모는 57억7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63억7000만달러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경상수지마저 올들어 7월까지 78억달러 누적 적자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본수지마저 대규모 적자를 보여 대외균형을 맞추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대외채무가 급속도로 늘면서 외환위기설을 부추겼다.
정부가 물가 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낮추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방출하고 나선 것도 위기설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 정부는 지난 7월에만 환율 방어에 100억달러 이상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되긴 하지만 위기설은 과장됐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우선 외국인이 8월 들어 채권을 다시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근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일에서 25일까지 외국인은 국내에서 6억9000만달러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9월 중 만기 도래하는 채권의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월말 조사할 때 84억달러였지만 지난달 20일에는 67억달러로 줄었다. 만기 도래한 채권 중 17억달러가 재투자된 셈이다.
외채 증가도 조선업 등 수출업 호조로 확보된 달러 선물환을 은행들이 매입하기 위해 현물 달러를 팔아 해외 단기 차입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또 외국은행 지점들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본점으로부터 단기 차입을 늘린 것도 외채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이 외환위기와 비교해 양호해 대외지급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외환위기의 고통을 겪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는 측면도 위기설 증폭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누차 말하지만 9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고, 문제없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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