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산의 착각? 애널의 오판?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08.09.01 08:41
"이제야 IR(기업설명회)을 하면 뭐합니까. 평소 정보제공도 제대로 안하는데…"

두산의 중공업계열사에 대한 분석을 6년째 하고 있다는 A증권사 애널리스트. 지난달 29일 두산인프라코어 긴급 IR이 끝난 뒤 이렇게 토로했다.

이날 두산그룹주는 해외계열사 밥캣의 차입금 감소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10억달러 출자한다는 소식에 동반 폭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출자가 두산의 밥캣 인수에 따른 재무적 위험을 높이고 시장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증시에 파장이 커지자 회사측은 오후4시 긴급 IR을 열었지만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평소 회사측의 정보 제공이 부족한데다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 후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만으로 주가가 이렇게 폭락하지는 않는다. 오늘 시장의 반응은 신뢰의 문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도 "두산그룹이 이렇게 비전문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안을 밝힌 것에 대해 상당히 놀랐다"고 꼬집었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밥캣의 실적이 기업 평가에 매우 중요한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평소 IR 활동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회사측 답변은 기업과 시장의 시각차가 얼마나 큰 지 보여줬다.

회사 관계자는 "조기에 밥캣의 차입금을 줄이면 긍정적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유상증자가 악재가 된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

해외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밥캣의 실적 우려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회사측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밥캣 채널을 활용한 중대형 장비 판매를 통해 시너지를 높여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한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설명은 밥캣 인수 당시부터 회사측이 내세웠던 것이지만 점유율 확대, 시너지 효과 등 추상적 목표만을 내세울 뿐 '어떻게'에 대한 현실성 있는 설명이 늘 빠져있다"고 말했다.

두산이 착각을 하는 것인지 애널리스트들이 오판을 하는 것인 지는 시간이 흘러야 알겠지만 이 같은 시각차가 계속되는 한 두산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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