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황제 권순문 이랜드개발대표 사직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08.08.30 19:19

지난주 돌연 퇴사…무리한 M&A 등 경영실패 책임에 무게

이랜드 그룹의 M&A를 진두지휘해온 권순문 이랜드개발 대표가 지난주 돌연 사직했다.

권 대표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오른팔'이자 노무관리 수장으로 까르푸 인수(지금의 홈에버)를 비롯해 그룹의 굵직한 '딜'을 도맡아왔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던 권 대표가 갑자기 사직하면서 무리한 M&A 및 노사문제 장기화 등 경영 실책으로 인한 경질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2006년 4월 까르푸를 전격 인수하며 유통업계에 도전장을 냈으나 인수 비용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 연간 이자비용만 1875억원에 달했다. 이랜드 계열사들의 신용 등급은 동반 하락했다. 여기에 비정규직 문제로 노조와 극하게 대립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1992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이랜드그룹은 결국 지난 5월 인수 2년 만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매각 계약을 체결, 되팔았다. 권순문 대표는 당시 "영업 관련 노하우와 지식 습득 등을 감안하면 기회비용은 건졌다"고 밝혔으나 인수가격에 이자, 리뉴얼 비용을 감안하면 2조3000억원의 매각가격은 원금 회수 수준이었다.

특히 홈에버 직원들이 2년간 겪은 이직 및 해직으로 겪었던 내홍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M&A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홈플러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사모펀드인 퍼미라와 체결한 자금유치 양해각서를 파기해 기업 신뢰도도 떨어졌다.


이랜드그룹은 홈에버 매각계약 체결 후 해외 패션 해외 브랜드 인수 방침도 밝혔지만, 이랜드 중국법인인 이랜드패션차이나의 홍콩증시 상장이 미뤄지면서 자금이 용이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9일 이랜드그룹은 400여일간 갈등의 골을 키워온 뉴코아 노조와 전격 합의, 2010년까지 무분규를 선언했다.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노조간부를 무더기로 해직시켜 '채찍'으로 이룬 합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어쨌든 노사합의가 도출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권 대표의 사직 직후다.

권 대표의 사직으로 그가 진두지휘했던 M&A팀의 수장도 공석이다. 이에 따라 그룹의 사령탑으로 박성수 회장이 손수 힘을 실어줬던 M&A팀의 향배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랜드그룹 내부적으로도 M&A를 통해 몸집은 키웠으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 홍보실 최성호 이사는 "권 대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직했다. M&A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건 맞지만 매각이 잘 되지 않았나. 권 대표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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