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증시는 물빠진 저수지"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8.08.31 16:42

조선·IT·건설·철강·그룹사 등 순차적 제물…현금이 최상의 대안

지난해 증권가의 화두였지만 불과 수개월 만에 거의 사라져버린 문구가 있다. 바로 '우량주 장기투자'라는 말이다. 지난해 활황장에서 펀드투자 붐이 일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우량주 장기투자'를 외쳤지만, 요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서 이 같은 말을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량주들이 장기로 믿고 투자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우량주들이 업종별로 순차적으로 추락하면서 이제는 믿을만한 종목들이 사라졌다. 금융·조선·건설·전기전자·철강 등 업종이 돌아가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들 주도업종 이외에도 대부분의 업종이 두들겨 맞은 상황이 돼 버렸다.

먼저 총구를 겨눈 곳은 외국계.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한국기관이 듬뿍 담고 있는 조선업종부터 공략을 시작했고, 건설·전기전자·철강·그룹주 등이 순차적인 제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증권사들은 파괴력이 큰 '리포트'들을 내면서 공세를 펼쳤다. 때마침 한국시장에서 허용해 준 '공매도'는 외인들에게 무기 하나를 더 쥐어준 셈이 됐다.

◇한국시장,'1년 후면 회복했었지만…'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시장에서는 경험적으로 1년전 빠진 업종에 투자하면 오릅니다"

지난해말 한국시장에서 오랜 시간 주식부문을 담당해온 장영우 UBS증권 대표가 한 말이다. 장 대표는 조선주보다는 1년전에 비해 많이 하락한 IT와 자동차주를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55만원까지 치솟는 등 조선주가 끝 모를 활황세를 보이고 있던 터라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은 현대중공업이 55만원을 터치한 11월9일을 정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외국계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공매도를 포함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현대중공업은 큰 반등 없이 22만원대로 떨어졌다.

POSCO를 필두로 한 철강금속 업종도 외인들의 매도공세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무너졌다. 건설업종도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추락했다.

대신 지난해 말 애물단지였던 IT업종이 올해 3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5월에 고점을 형성했다. 지난해말 50만원을 간신히 지켰던 삼성전자는 5월말 76만4000원이라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장 대표 말대로 현대차도 올 들어 삼성전자와 함께 반등하면서 5월에는 52주 신고가를 9만1400으로 갈아치웠다. 조선주보다 매를 먼저 맞으며 지난해 7월부터 하락했던 금융업종도 5월에 큰 폭의 반등을 연출했다.

그러나 8월 현재 전기전자·철강·조선·건설·금융 업종 모두 동반추락했다. 삼성전자는 51만원대, 현대차는 7만원대, 현대중공업은 23만원대, POSCO는 47만원대 주가로 모두 52주 신저가 부근에 육박했다.

지난달부터는 인수합병(M&A)등으로 몸집을 키워온 한화, 두산, 두산그룹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물 마른 저수지 속 물고기 신세"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시장에 더 매를 맞을 만한 대표업종도 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시장의 현실을 '저수지론'에 빗대 설명했다. 평온해 보이는 저수지가 물이 마르면 울퉁불퉁한 바닥을 드러내는데, 이제 그 바닥이 다 드러났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저수지에 사는 물고기들은 물이 빠지면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지만, 물이 계속 빠지면 결국에는 바닥이 드러난다"며 "지금 한국증시는 저수지 깊은 곳의 가장 밑바닥까지 보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주도업종도, 주도주도 없다"며 "대세하락국면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 부장은 "방어주 모색 역시 뭐가 덜 빠지는가의 문제"라며 "냉정하게 볼 때 대세하락장에서는 현금보유가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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