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버리지와 은행채 스프레드

더벨 김종민 삼성증권 채권사업부 연구위원  | 2008.09.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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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08월29일(12:0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디레버리지(Deleverage)가 국내외 금융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듯하다. 디레버리지란 글자 그대로 레버리지의 반대말이며 자산을 매각하여 부채를 줄인다는 의미이다. 현재 미국의 신용위기는『경제주체의 레버리지 확대 →자산수요 증가 → 자산가격의 상승 →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의 수익증가 → 레버리지 더욱 확대』로 선순환 되던 경제가 한계상황에 도달하면서 『부동산가격 급락, 모기지연체율 증가 등 실물부문 부실의 현실화 → 경제주체의 위험회피성향 강화 → 디레버리지 상황 강제 → 자산매각 → 자산가격 하락 → 금융기관 손실확대 → 위험회피성향 더욱 강화』의 악순환으로 전환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디레버리지 과정은 레버리지가 일어났던 과정 보다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디레버리지가 필요한 시점은 이미 레버리지가 잔뜩 높아진 상태에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각 경제주체들의 위험회피성향이 강화되는 국면이다. 이에 따라 기대의 쏠림현상에 따라 필연적으로 유동성이란 이슈가 신용위기에 결부될 수밖에 없다.

신용팽창의 막바지는 대부분의 유가증권 및 실물자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라서 낮은 기대 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 단기조달/장기투자의 행태가 국내 부동산PF ABCP가 유행했던 것처럼 구조적으로 만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각 경제주체들이 이미 지산의 실질만기에 비해 부채의 만기가 매우 짧은 심각한 「자산-부채 미스매칭」 상태에 직면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산건전성의 저하(또는 우려감)는 자산의 회수를 지연시키거나 유동화 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그로 인해 훼손된 재무제표는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유동성위기를 심화시키게 된다. 결국 언제나 그렇듯이 유동성이슈가 동반된 신용위기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만다. 작금에 미국 금융시장이 처한 현실이 정확히 그렇다고 말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역시 미국시장과 비교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디레버리지(Deleverage)와 유동성 이슈(Liquidity Crunch)」가 금융시장의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2004년 이후 지속된 위험회피성향의 완화,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 부담 증가, 신용시장의 호황 이라는 현상의 배경에는 은행권의 자산 확대 경쟁이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그간 은행 등 금융기관의 과도한 신용팽창으로 인해 넘치는 유동성은 사회 전반의 레버리지 부담이 높아지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신용 증가율은 높아졌고, 건설사들의 실질 부채비율(부동산 PF 채무인수 포함)은 상승하였으며 일부그룹들은 차입인수(LBO)를 통한 외형확대에 몰입했다. 이러한 흐름은 예대율의 상승과 높은 자산증가율로 수치화되어 은행의 재무제표에 반영되어 있다.

2000년 초반이 신용카드의 신용공급을 통해 가계부문의 레버리지가 상승하고 결국 카드사의 자산이 부실화되면서 유동성위기가 발생했었다면 현재 국면은 외형 경쟁속에 은행의 예대율이 증가하고 가계/기업 모든 경제주체의 레버리지가 상승하고 결국 건설사 부도위험 증가 및 주택가격 하락위험 상승 등 부동산 부문에서 문제가 불어져 크레딧 시장 전반이 어려움에 처한 모습이다.

과도한 신용팽창에 원죄(?)가 있는 은행이 시장원리에 따라 은행채 스프레드 급등이라는 처우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높아진 예대율과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감은 다소 과도하다 싶은 「은행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7년 8월초 30bp내외에 머물던 AAA 3년 은행채 스프레드는 08년 8월말 현재 139bp에 달하고 있다. 불과 1년 남짓 되는 기간 동안 무려 109bp나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이다. 현재의 은행채 스프레드는 9.11테러, 북핵위기, 카드채사태, SK글로벌 등 대형 신용사건(Credit Event)이 발생했을 당시의 레벨을 넘어 사상 초유의 영역으로 들어선 상태이다. 채권지수(Bond Market Index)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1년동안 국고채 2~3년 섹터에 투자한 투자자가 4.6%의 수익율을 거둔 반면 동일한 만기의 은행채에 투자한 투자자는 2.6%의 수익률 밖에는 얻지 못한 셈이니 투자자에게 은행채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바란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리한 일이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어느 순간부터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은행채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 수요위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005년말 전체 채권잔액중 16% 수준이던 은행채 비중이 2008년 6월말 23.5%까지 급증했으니 추가적인 수요창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것도 사실일 것이다. 결국 은행채스프레드 급등이라는 현재의 국내 금융시장 상황은 은행들의 디레버리지, 구체적으로는 예대율의 개선과 자산건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들 역시 예금 특판을 통해 수신을 늘리고 여신건전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시장에 안도감을 주기에는 아직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들어 스프레드 확대추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과거와 같은 수준까지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의 은행채에 대한 시장의 디스카운트는 충분한 이유는 있으되 그 정도가 다소 심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디레버리지 과정의 초입은 순탄하게 보다는 파열음을 내며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자와 발행자 모두 무조건적인 투자기피 내지는 일단 발행하고 보자는 식의 과민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기 때문에 스프레드의 상승 폭은 펀더멘탈보다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높다. 보유자산의 질이 저하되는 국면에서 자산을 유동화하여 부채를 줄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일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금융권의 부동산PF대출에 대한 만기연장 방안은」 그러한 고민 끝에 나온 산물일지 모른다.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정부의 의중에 반하여 대출증가율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은행권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도 할 것이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디레버리지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신용팽창의 혜택을 더 많이 향유했던 미국과 비교할 때 국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2007년말 기준으로 미국 5대 IB들의 평균적인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의 비율은 30배 수준이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의 동 비율은 15배를 넘지 않고 있다. 2007년 9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예대율은 131.6%로 미국 은행들의 예대율(91%) 보다 크게 높지만 미국 금융시장이 대출 보다는 유가증권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는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전체 부채에서 예금수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의 1위 상업은행인 씨티그룹이 40% 수준으로 국내 시중은행 평균치(51%) 보다 낮다. 부동산PF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 증가가 우려되지만 은행대출의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쪽의 상황은 LTV와 주택가격 추이를 감안할 때 그래도 미국 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은행채에 대한 스프레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08년 8월말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정부에 대한 5년만기 CDS 프리미엄은 115bp, 국내 시중은행에 대한 동 프리미엄은 212bp 수준이다. 따라서 글로벌 CDS시장에 투영된 국내 은행채 스프레드는 5년물 기준으로 97bp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국내 은행채시장을 외화표시 CDS시장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다양한 시각를 비교해 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서브프라임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은 유럽보다 국내 은행채 스프레드가 더 벌어져 있다는 점은 디레버리지의 초기국면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심리적인 마찰요인이 국내시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아무튼 시장참여자의 한사람으로서 현재 진행중인 은행등 금융권의 디레버리지가 안정적으로 전개되어 Credit Market의 변동성이 축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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