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8.29 09:07
금융시장에 '9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연일 외환보유고를 털어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만기가 1년내 돌아오는 유동외채 규모가 외환보유액 수준에 가깝다는 것이 근거다. 그러나 유동외채와 외환보유액을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475억달러로 6월말에 비해 105억달러 줄었다.

정부와 한은이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금을 개입 자금으로 써버린데 따른 것이다. 당국은 지난 25∼27일에도 매일 약 10억달러씩의 달러화를 내다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나라의 유동외채는 6월말 2220억달러로 지난해말에 비해 233억달러 불어났다. 유동외채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외채와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를 합친 것으로, 1년내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이다.

현재의 유동외채를 모두 외환보유금으로 갚는다고 가정할 경우 외환보유금은 단 200여억달러만 남게 된다. 외환보유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논리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떤 기준으로 따지든 외환보유금은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당장 유동외채 전액을 외환보유금으로 갚는다는 가정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채는 대부분 금융회사나 기업이 갚아야 할 돈으로, 외환보유금이 아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달러화를 통해 우선 상환되는 것"이라며 "유동외채와 외환보유금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서 유동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가정할 수 있지만, 유동외채 가운데 상당부분은 외국계은행들이 해외본점에서 들여온 것"이라며 "만약 외국계은행들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금이나 대외신인도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외환시장에서 외환보유금을 활용해 달러화 개입을 지속하더라도 급변동 제어(스무딩 오프레이션) 수준에서 운영하기에는 외환보유금이 부족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순채무국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금이 줄어드는 것은 실제로 위험한지 여부를 떠나 환투기 세력의 공격 재료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최근 정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서 적정 외환보유액을 2900억달러로 추산하고,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상태라는 분석을 내놨다.

적정 외환보유액은 단기외채, 경상·자본거래를 고려한 3개월 수입 규모,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의 3분의 1을 합친 금액이다. 다만 이 역시 단기외채가 모두 만기연장없이 상환 요구를 받고, 3개월간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3분의 1 이상이 금융시장에서 이탈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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