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ETF 차익거래 '절묘한 기법'

더벨 전병윤 기자 | 2008.08.28 09:24

현·선물 차익거래시 세금회피 위해 현물 대신 ETF 활용

이 기사는 08월27일(14: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매도차익시 운용사 계좌서 현물과 교환…ETF 단점 극복

외국인들의 변종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수(주로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며 수익을 얻는 ETF를 이용해 현물주식과 선물주식간 가격차이에서 수익을 얻는 차익거래에 사용하고 있다.

ETF 현·선물 차익거래를 통해 펀드 거래세의 비과세 혜택 뿐 아니라 차익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ETF 차익거래의 치명적인 약점인 추종지수와의 가격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수와 매도시 별도의 계좌를 사용하는 절묘한 매매기법을 사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ETF 현·선물 차익거래의 구조

인덱스펀드를 증시에 상장시킨 ETF는 시장 수익률 만큼 이익을 얻으려는 장기투자자를 위한 상품이다.

그러나 국내 ETF 시장은 단기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현·선물 차익거래에 자리를 상당부분 내주고 있다. 현·선물 차익거래란 저평가된 현물(바스켓: 코스피지수 대표 종목군)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선물(코스피200지수)을 매도한 뒤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면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 이익을 얻는 매매를 말한다.

똑같은 물건이 2개 있는데 가격이 시장 상황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하자. 만약 물건 A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B가 비싸졌다면 싼 A를 사고 비싼 B를 동시에 판다. 이후 저평가됐던 A 가격이 오르고 고평가 된 B가 내리면 A를 팔고 B를 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것. 리스크가 거의 없어 무위험 차익거래로 부른다.

외국인들은 현·선물 차익거래시 현물주식 바스켓을 매매하지 않고 ETF를 대신 활용한다. 이런 거래를 하는 이유는 모든 주식을 팔 때 매도금액의 0.3%를 증권거래세로 내는데 반해 펀드의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

코스피지수의 대표 종목으로 짜져 있는 현물 바스켓 대신 지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수익을 얻는 KODEX200'이나 'KOSEF200'과 같은 ETF를 대신 사용해도 현·선물 차익거래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이런 점을 활용해 전체 ETF 시장의 30%(6월말 현재)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왕성한 거래를 하고 있다. 외국인 ETF 매매의 대부분은 차익거래용으로 추정된다.

ETF 차익거래..절묘한 '바꿔치기' 기법이 포인트

외국인들이 ETF를 현·선물 차익거래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화된 얘기다. 그런데, ETF를 현물 바스켓(코스피지수 대표종목) 대신 사용할 경우 사실상 현선물 차익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ETF는 개별 종목과 달리 대규모 차익거래를 소화할 만큼 거래량이 충분치 않은데다 유동성공급자(LP)에 의해 호가를 제공하기 때문에 추종지수와 가격차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코스피지수를 따라가는 ETF와 코스피 선물지수간 미세한 가격차이를 이용, 재빠르게 매매해 이득을 얻는 ETF 차익거래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ETF를 통해 대규모 현·선물 차익거래를 할 수 있을까. 비밀은 절묘한 '바꿔치기' 기법에 숨어 있다.

우선, 외국인들은 현물 바스켓을 매수하고 선물 매도로 매수차익거래를 성사시킨다. 여기서 외국인들은 현물 바스켓을 가지고 ETF를 매수한다. 외국인의 포지션은 그대로 매수차익거래를 유지하지만 구조는 'ETF 매수+선물 매도'로 바뀐 셈이다.

그런 다음 시장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가 매수차익시점보다 좁혀질 경우 반대매매(ETF 매도+선물 매수)로 차익을 얻는 매도차익거래를 시도한다. 이 때 원칙적으로 ETF를 바로 팔아야 하는데 거래량이 적어 분할 매도해야 하는데다 호가 차이가 발생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서 바꿔치기 전략을 사용한다. 일단 ETF 운용사의 계좌에서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ETF의 순자산가치(NAV) 만큼 현물 바스켓을 매도하는 동시에 외국인들은 운용사에게 ETF를 팔고 현금을 받아간다. 운용사는 외국인으로부터 매수했던 ETF를 나중에 시장에서 팔아 비워졌던 현물 바스켓을 메우는 구조다.

외국인들은 자기계좌에서 선물매수를 하면서 운용사의 계좌를 통해 ETF 매도를 한 식이므로, 결과적으로 매도차익거래를 완료하면서 세금도 안 내는 매매를 한 것이다.

변종 ETF 차익거래 문제는 없나?

외국인들은 현·선물 차익거래에서 절묘한 '세(稅)테크'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거래는 현행 규정상 문제될 게 없다.

외국인들과 ETF 차익거래를 하는 자산운용사는 코스피200을 인덱스로 하는 ETF를 내놓은 곳에서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의 차익거래가 ETF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현·선물 차익거래는 증시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완화시켜 준다는 순기능이 있다. 일부에선 외국인들의 '세금회피'란 정서적 잣대로 규제를 얘기하고 있지만 명분이 빈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변종 ETF 차익거래로 인해 정확한 차익거래 물량을 집계할 수 없어 청산(반대매매)이 몰리는 선물·옵션 만기일시 지수 방향을 살피기 어렵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한주성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ETF 차익거래는 매수차익을 할 경우 현물을 사기 때문에 매수차익잔액이 늘어나지만 반대매매에선 ETF만 팔아 매도차익거래로 집계되지 않는다"며 "결국 매수차익잔액만 부풀리는 구조라서 최근 선물·옵션 만기일에 프로그램매매 예측이 부정확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TF 차익거래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정확한 거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보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차익, 비차익 매매와 ETF 신규 설정액의 동행성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
  5. 5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