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환율 덕' 볼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8.28 09:08

해외경기 침체·경쟁화폐 동반 절하로 물량확대 어려울 듯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090원까지 속등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기러기 아빠들과 수입업체, 환헤지상품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주름이 깊어지는 반면 수출업체와 미국펀드 가입자들은 환율 상승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고 있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84.1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달 전인 지난달 28일(1006.0원)에 비해 무려 8%나 뛰었다.

당장 미국으로 자녀를 유학보낸 부모들의 송금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환율이 900원선까지 떨어졌던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같은 금액의 달러화를 보내는데 부담이 20% 불어났다.

미국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오는 수입업체들의 경우 물건 값을 올리지 않는 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최근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내수부진이 심각한 터여서 가격인상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 6월 소비재판매액은 전년동월 대비 1.0% 줄어들면서 2006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키코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도 환율 급등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키코에 가입하면 원/달러 환율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계약금액의 약 2배 만큼 달러화를 사서 낮은 값에 팔아야 한다. 6월말 기준환율인 1043원을 넘으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키코에 가입한 한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선물환 헤지 대신 키코를 택한 업체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폭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반면 수출업체들은 원화 기준으로 수출단가가 높아짐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현대자동차는 연평균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매출액이 약 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원재료 수입 비중이 낮은 수출업체일수록 채산성 개선 효과가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 등 수출시장에서 경합하는 국가들의 통화도 함께 평가절하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사실상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정도로 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점에서도 수출물량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외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원화만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수출물량 자체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헤지없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미국펀드의 경우 환율 상승이 그동안의 투자손실을 조금이나마 벌충하고 있다. 현재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등이 국내에서 미국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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