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녹색성장"에 묻힌 원전 증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8.08.28 07:55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고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응하기 위한 장기 에너지정책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27일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은 ''녹색성장'의 주춧돌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이었다. 내용에도 '녹색기술' '그린에너지' 등의 단어가 다수 등장했다.

계획은 정부가 지난 13일 열린 공청회에서 내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당시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녹색'이 유난히 강조됐다는 것.

계획이 이처럼 '색깔'을 띠게 된 것은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한 것이 계기였다. '녹색성장'이 키워드로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원자력발전소 증설에 대한 주목도는 크게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제고는 장기 계획의 특성상 방향성 제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원전 부분은 다음달부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대한 공론화에 들어가야 하고 2010년까지 원전 부지를 선정해야 하는 등 당장 닥친 일이다.

문제는 이같은 원전 계획이 여론을 충분히 반영했는지이다. 정부는 그동안 계획 수립 과정에서 여론 수렴을 충분히 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에 따라 공청회 및 토론회가 4차례 열렸다. 그러나 이날 확정된 것은 지난해 12월 첫 공청회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제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 전망이 달라져 에너지 소비 총량 전망이 수정됐을 뿐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년을 바라보는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계획이다. 불과 12일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계획의 취지가 좌우되는 것도 문제지만, 내용에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도 계획의 정당성을 떨어뜨려 정책 불신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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