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 딜레마' 잠 못 드는 재정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8.27 16:10

-외부요인 커져 섣불리 개입도 못해

"방관할 수 도 없고, 개입하기도 뭐하고"

원·달러 환율의 폭등으로 시장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환당국의 딜레마도 커가고 있다.

고유가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자 경제 정책 방향을 물가안정으로 선회하면서 자신있게 대규모 매도개입에 나선 지난달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외환당국은 지난달에만 100억 달러 이상을 풀어 환율을 1010원대까지 끌어내렸다. "정부가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물가 불안 해소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매진했다.

반면 최근에는 환율이 급격히 상승해 1100원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이상하리만큼 '황소걸음'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단가 상승으로 물가를 자극할 것이 분명한데도 시장이 느끼지 못할 만큼 '찔금 찔금' 미세조정에만 나설 뿐이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이 같은 '널뛰기 환율정책'에 대한 시장의 원성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환율정책 난맥을 이유로 최중경 전 차관이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던 터라 이런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다시 외환정책 실패론이 커지면 이번에는 강만수 장관으로 비난의 화살이 겨눠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을 잘 아는 재정부 내에서는 환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외환당국자의 입도 전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최 전 차관의 낙마 이후 환율은 강 장관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요즘 간부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환율 얘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더 큰 고민은 단기간에 속시원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달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매도 급증, 경상수지 적자 확대, 미국 금융시장 불안 등 내·외부적 환경이 외환당국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설사 개입한다고 해도 환율을 내리지도 못하면서 외환보유액만 축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기도 하다.

속이 쓰리기는 하지만 재정부로서는 마땅히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셈이다. 상황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재정부 내부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시장의 요구를 외면한 채 언제까지 환율 상승을 용인할 수도 없는 처지다. 외환 당국자가 이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데는 이런 사정이 깔려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았다면 환율이 이미 1100원대까지 올라갔을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시기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했는데도 외환당국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쳐져 일면 억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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