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작전상 '멀리' 후퇴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8.26 16:57
- 원/달러 환율, 4일새 40원 폭등
- 당국 "강력한 개입 안해도 속 끓는다"
- 당국, 반격의 타이밍 저울질

당국은 외환시장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폭등세를 가로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달러화 매수 수요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반격의 기회를 노리면서도 작전상 후퇴를 거듭할 수 밖 에 없는 상황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5원 뛰어오른 1089.4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20일(1049.3원) 이후 불과 4거래일 만에 40원이나 치솟았다.

이날 당국은 환율 급등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1080원선에서 게릴라식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섰지만 1090원 돌파를 막는 정도에 머물렀다. 압도적인 달러화 매수 우위의 수급 상황을 볼 때 강력한 개입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 속도조절 수준에 그친 것이다.

한 외환당국자는 "겉보기에 강력한 개입은 하지 않고 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안정을 위해 환율이 안정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럼에도 실효성 없이 과도한 개입에 나서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고 했다.


글로벌 '강달러'라는 여건의 변화가 생긴데다 최근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워낙 강해져 웬만한 개입으로는 환율 상승 추세를 꺾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당장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 이은 환전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달러화 매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3204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6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어갔다. 자산운용사들도 해외펀드의 환헤지를 위해 미리 팔아뒀던 달러화를 급하게 되사들이고 있다.

실수요에서도 불균형이 심하다.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수입결제 대금용 달러화를 서둘러 사두려고 하고, 수출업체들은 환율 추가상승을 기대하며 환전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강달러 추세에 기댄 달러화 가수요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국은 여전히 '고강도 개입'이라는 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적당한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 내에서 달러화 매도 수요가 늘어나 어느 정도 수급상 균형이 맞을 때가 개입의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 당국자는 "아직도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만큼 개입 여력에는 문제가 없다"며 "개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때가 되면 당국의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2. 2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3. 3 "한국에선 스킨 다음에 이거 바른대"…아마존서 불티난 '한국 세럼'
  4. 4 '말 많고 탈 많은' 김호중의 수상한 처신
  5. 5 스님 얼굴에 후추액 가스총 쏜 90대…석가탄신일에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