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정조준, 주가 하락 방지는 글쎄(!)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8.08.26 17:00

규정 위반·하락유도 세력에 경고..공매도 자체는 방향성과 무관

금융감독원이 공매도의 규정 준수 여부를 엄격히 감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매도로부터 야기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부 종목의 주가 하락이 제어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하이닉스를 시작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LG전자, NHN 등이 공매도 공격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외국계 증권사가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도 공매도와 관련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갑작스레 부정적 '리포트'를 내놓은 뒤 가격급락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대차거래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게 부정적 인식의 근거였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 담당자는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한 10조원은 실체가 불분명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더 큰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어 하락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감원의 모니터링 결과 공매도 상당수가 매도주문 당시 차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였고 거래가 성사된 이후 결제일 직전에 차입해 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차입한 주식을 공매도로 표시하지 않은 채 직전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을 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또 금감원의 조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금융주 관련 공매도 제한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SEC는 지난달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프라이머리 딜러(공인 정부증권 딜러)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제한한 바 있다.

SEC의 이같은 조치는 최근 주식시장의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이 패니 프레디 리먼 등 악성 루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금감원의 규제 방향도 최근 주식시장 침체가 조선, 기계 등 중국 관련주의 부진과 IT주의 하락과 연결돼 있다는 시각과 무관치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황 둔화나 실적 악화 외에 공매도 물량 등 수급에 의한 주가 급등락은 어느 정도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증시의 방향성을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규제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무대주 공매도 금지 조치(naked short sale)가 실시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총1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700억달러 증가했다 . 하지만 이 같은 시가총액 규모는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지난 3월17일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또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가 부양에 별 효과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금지 조치가 해제돼도 미국 금융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계속 이어져 왔다.

하나대투증권도 “대차거래와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빠지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주가가 빠져 공매도가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매도는 약세장에서 수익을 내려는 전략적 선택일 뿐이기 때문에 대차거래잔액 변화를 통해 시장 흐름을 예측하려는 시도도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최성섭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공매도란 소수의 공격형 투자자들이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베팅에 들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매매로 시장유동성을 증대시키거나 가격발견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공매도를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보기보다는 관련 규정 보완을 통해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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