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사태의 장기화와 함께 러시아로부터의 외국자본 이탈도 가속화해 제 2의 루블화 위기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 그루지야 깊어지는 갈등
러시아 상하원은 2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그루지야내 두 자치 공화국의 독립 승인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앞서 그루지야와 자치 공화국간의 외교적 문제 해결을 보장했던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14일 발언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의회의 결의안 채택에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남오세티아 등의 분리 독립은 한 국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며 그루지야 문제가 더 이상 러시아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함께 보급을 이유로 미 군함 등 나토함대가 그루지야 연안 흑해로 진입, 긴장이 고조됐다.
딕 체니 부통령은 다음달 2~10일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 3개국을 순방하며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 2차 루블위기 가시화
불안이 가중되면서 러시아 증시는 휘청했다.
달러화 기준의 RTS 지수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3.2% 빠지며 2006년 11월 이후 저점으로 곤두박질쳤다. 루블화 기준의 미섹스(Micex)지수 역시 3.9% 급락하며 2006년 9월 이후 저점으로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루지야 사태 이전부터 러시아 증시는 급락 조짐을 보였다. 유가 하락이 문제였다.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달과 이달에만 RTS지수는 28% 급락했다. 전세계 20대 증시 중 최대 낙폭이다.
루블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날 루블화 가치는 유로 대비 0.2%, 달러 대비 0.4% 각각 하락했다.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아 공격을 시작한 지난 8일이후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3% 이상 빠졌다.
8~14일 일주일 동안 외환보유액 중 164억달러가 날아갔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이처럼 급속하게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 경우는 2006년 6월 파리클럽 채무를 조기상환했던 단 한차례뿐. 당시 일주일 동안 165억달러의 외화가 사라졌다.
◇ 주변국에도 불똥
그루지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루지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근 국가의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루지야와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리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등은 이미 심각한 석유 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
아르메니아리버티통신에 따르면 주요 원유 수송 루트인 그루지야 동서 철도가 재개통된 이후에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의 석유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원유 수송열차가 지뢰에 피폭되면서 그루지야 고리시 인근 철로가 끊겼기 때문이다. 이후 사실상 일주일여 동안 이들 지역으로의 원유 수송이 전무한 상태.
이에 아르메니아리버티통신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구소련 붕괴 당시인 1990년대 초반 이후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다른 접경국인 터키 투자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터키 국내100지수는 7일 이후 2.24% 하락했다. 22일 3.4% 급등하며 잠시 활짝 웃었던 터키 증시는 이날 다시 0.5% 떨어지며 하락세를 재개했다.
체니 부통령의 방문 일정에도 포함된 인접국 우크라이나의 RFTS 증시는 7일 이후 8.3%나 빠졌다. 우크라이나 증시는 특히 최근 4일 연속 1% 이상의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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