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환율에 발목잡힌 코스피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08.25 10:59

强달러 여파로 급등…장중 1075원 돌파

원/달러 환율 급등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증시의 반등과 국제유가 급락 등 호재로 개장초 151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지수도 급등하는 환율에 질려 다시 1500선을 내주고 눈치를 살피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지난 주말에 비해 2.0원 오른 1064.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환율은 오름폭을 주체하지 못하고 장중 1070원을 넘어선 데 이어 1075원도 돌파했다. 개장 후 1시간여만에 12원 넘게 급등하면서 증시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코스피는 업종별로 장초반 보험을 제외한 전업종 강세에서 약세로 전환한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철강과 기계는 초반 강세에서 약세로 태도를 바꿨고, 유가와 밀접한 운수창고도 유가급락 요인을 환율이 상쇄하면서 약세 종목이 두드러지고 있다.

환율 상승에 유리한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수출주도 워낙 원/달러 환율이 급변하는 탓에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강한 오름세를 나타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미국 증시가 사흘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국제유가도 안정세를 취하는 마당에 환율변수가 또다시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의 폭발적 급등은 글로벌 달러강세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달러강세의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아시아신흥시장의 메리트 약화가 달러강세를 촉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소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시장이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출의 60% 이상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자산가격 하락 등으로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약화되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도에 따른 미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리스크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시아 주요국가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위험기피 성향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하나대투증권은 강조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에서 한국정부 채권의 부도위험을 가늠하는 한국의 CDS 스프레드는 지난해초 18bp에 불과했으나 올초에는 47bp로 높아졌다. 최근에는 109bp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200bp 이상을 기록중인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초만해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중국이 65bp수준정도로 스프레드가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위험기피가 중국보다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위험기피는 국내금융시장에도 반영돼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에 일조하고 있고, 고유가와 물가잡기에 주력하며 인위적 환율 끌어내리기에 나선 외환당국의 정책과 더불어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상승 추세라면 조만간 1100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3분기에 1100원대를 웃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4분기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으로 다소 하락하겠지만 세자릿수 환원은 힘들 것으로 주장했다.

김재홍 연구원은 "미국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유럽과 일본 경기의 부진에 따른 반사작용 때문"이라며 "최근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달러화 강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3분기 최고점에 달한 뒤에도 네자릿수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주가 유리하지만 이같은 전통적 움직임도 엇나가는 모습이다. 현대차기아차 등 자동차 종목들이 이날 반등하기는 하지만 오름폭은 그동안 환율 상승기간에 비해 미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전기전자도 환율 호재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원/달러 상승이 정상적인 오름세가 아니라 미국 경기침체 등 글로벌 경제의 비정상적인 흐름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데 방적을 두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경제가 좋아서 강달러 유지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게 아니라 불안한 국내외 경제현상을 반영해 국내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며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은 수출기업들에게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단기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금리가 인상될 빌미를 가져다주면서 증시도 오름세로 전환하기 힘들다는 견해다.

김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상승추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근 줄기차게 오르는 환율이 안정감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환율안정이 선행돼야 증시도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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